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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빚 대신 갚는지 그들은 알고 있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호 22면

서울에 사는 50대 주부 이모씨는 2년 전 본인 소유의 상가를 담보로 아들이 은행에서 5억원을 빌리도록 해줬다. 아들은 이 돈으로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샀다. 1년 뒤 이씨는 아들의 채무 5억원을 승계받는 조건으로 이 상가를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 당시 이 상가의 시가가 14억원이었으나 5억원을 뺀 9억원만 받았다. 이씨는 증여세를 한 푼도 안 내고 5억원을 아들에게 증여한 것이다. 하지만 이씨의 편법 증여는 국세청의 전산시스템에 의해 꼬리가 잡혔다. 국세청은 최근 아들이 채무 5억원을 갚았는지 점검한 결과 아들의 채무가 상가 매입자에게 승계된 것을 확인하고 아들에게 증여세 1억1000만원을 부과했다.

편법 상속ㆍ증여 감시… 촘촘해지는 국세청의 그물망

앞으로 이 같은 편법 증여를 했다간 거의 자동으로 적출돼 ‘세금 철퇴’를 맞게 될 전망이다. 국세청이 그물망 같은 전산시스템을 무기로 편법 증여ㆍ상속을 집중 단속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최근 1차로 4006명을 선별해 점검에 들어갔다.

국세청이 집중 점검하는 대상은 지방국세청장과 세무서장이 상속세ㆍ증여세 과세와 자금출처 조사 과정에서 채무를 확인한 사람들이다. 특히 ▶부동산 등을 증여받으면서 부동산 담보대출이나 임대보증금 같은 채무까지 증여받는 사람이 부담하기로 하는 ‘부담부(負擔附) 증여’ ▶상속세를 신고할 때 상속 재산에서 상속 채무를 빼고 신고한 경우 등을 집중 점검한다. 부담부 증여는 채무를 공제한 나머지 가액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납부하면 돼 일부 부유층 사이에 절세의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던 방식이다.
국세청은 증여세나 상속세를 신고할 때 제출하는 서류에 기재된 모든 채무 내역(채권자, 채무만기일 등)을 전산시스템에 입력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부담부 증여 방식으로 증여받았다고 신고해 놓고 채무 만기일이 돌아왔다면 국세청의 자동 점검 대상이 된다.

국세청은 은행이나 임대인 등 채권자에게 점검 대상자가 원금과 이자를 갚았는지 조회한다. 만약 채무를 상환했다면 대상자에게 상환자금을 어떻게 구했는지 소명을 요구한다. 이때 국세청에 신고된 대상자의 소득과 재산에 비해 상환액이 많을 경우 정밀 분석에 들어간다. 분석 결과 본인이 아니라 부모 등이 갚은 것으로 확인될 경우 당초 부담해야 할 증여세뿐 아니라 무거운 가산세까지 물린다. 가산세는 탈루세액의 20%를 물린다.

국세청은 잘못 알려진 세무 상식을 토대로 증여ㆍ상속을 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다음은 대표적으로 잘못된 세무상식 다섯 가지.

부모가 대신 증여세를 내도 된다=보통 자녀에게 부동산이나 주식을 증여한 경우 부모는 증여세 신고를 자녀 대신 하고 세금까지 내준다. 이 경우에는 부모가 또다시 증여한 것으로 당초 증여한 재산액수에 대신 납부한 증여세를 합산해 추가로 과세한다. 따라서 자녀가 소득이 없는 때는 증여세만큼의 현금을 더하여 증여하면 한번에 증여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부모의 사망 당시 재산만을 신고한다=많은 사람이 이렇게 오해하고 있다. 상속세법에서는 상속 개시(사망) 전에 재산을 처분해 현금으로 상속인에게 증여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줄이는 것을 막기 위해 ▶1년 이내에 2억원 이상이거나 2년 이내에 5억원 이상 처분하고 ▶처분 용도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상속인이 상속받은 재산으로 본다.

보험금과 퇴직금은 빼도 된다=흔히 상속세 재산이라 하면 부모가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이나 예금 등만 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상속세법에서는 생명보험금뿐 아니라 퇴직금ㆍ신탁재산까지 상속 재산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상속세를 신고할 때 이를 빠뜨렸다간 10~40%의 신고불성실 가산세를 내야 한다.

우회 증여를 하면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배우자 간 증여가 3억원까지 공제된다는 점을 이용해 부모가 아들에게 직접 6억원을 증여하지 않고 아들에게 3억원, 며느리에게 3억원을 각각 증여한 뒤 며느리가 다시 남편에게 3억원을 증여하면 어떻게 될까. 국세청은 이를 제3자를 통한 우회증여로 증여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보고 높은 증여세율을 적용하고 가산세도 부과한다.

세금은 기준시가로 낸다=상속세(증여세)는 상속일(증여일)로부터 과거 6(3)개월, 미래 6(3)개월 총 1년(6개월)간의 시가에 의해 상속 재산을 평가한다. 시가에는 상속(증여)재산뿐 아니라 유사한 재산의 매매 가격, 두 곳 이상의 감정평가법인에 의한 감정평가액의 평균액 등도 포함된다. 시가 평가를 해야 하는 경우는 아파트나 연립주택처럼 비슷한 매매 사례가 많은 부동산 등이 대상이 된다. 만약 상속(증여) 재산의 시가를 객관적으로 알 수 없을 때는 국가에서 매년 고시하는 기준시가를 참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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