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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남한만 한 땅이 사막으로 변한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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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11면

“사하라 사막의 흙먼지가 카리브해 연안의 산호초를 파괴한다.”

지구 온난화로 강수량 줄고 증발량 는 탓… 세계 100개국, 10억 명이 직·간접 피해

2001년 6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지질연구소(USGS)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발생한 흙먼지 속의 미생물이 카리브해 연안의 산호초를 파괴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흙먼지 속의 세균과 곰팡이가 자외선에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산호초가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막화와 모래폭풍ㆍ황사는 동북아시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발생한 모래폭풍은 대서양을 건너 남아메리카 대륙까지 날아가고 영국에서도 모래먼지가 관찰된다. 사하라 사막에서 공중으로 떠오르는 모래먼지의 양은 연간 10억t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10억t은 가로ㆍ세로ㆍ높이가 각각 1㎞인 정육면체를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사하라 사막의 먼지는 사막 남쪽으로도 날아가 고열과 기침ㆍ눈병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사막화는 철도ㆍ도로 등 사회간접자본과 산업시설에 피해를 준다.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ㆍ타지키스탄ㆍ우즈베키스탄ㆍ카자흐스탄에서도 모래폭풍이 자주 나타난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연평균 40~50일 정도 모래폭풍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과 몽골의 고비 사막에서 일어난 먼지는 한반도와 일본은 물론 하와이, 심지어 미국 캘리포니아까지 바람을 타고 간다.

미국의 경우 캔자스ㆍ오클라호마ㆍ콜로라도ㆍ텍사스 등지에서 모래바람이 일어난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1930년대 황진 현상(Dust Bowl)도 바람에 의한 토양침식이 원인이다. 당시에는 흙먼지 폭풍이 하늘을 가리는 바람에 낮에도 자동차가 전조등을 켜고 다녀야 했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연간 30억t의 흙이 바람에 침식돼 이리저리 이동하고 있다. 200년 전만 하더라도 미국의 경작지에는 최소한 53㎝의 겉흙이 쌓여 있었으나 현재 3분의 2로 줄었다.

모래폭풍은 남반구 호주에서도 발생한다. 주로 내륙의 중앙부와 서쪽 해안지역에서 자주 발생하며, 바람의 방향에 따라 남동쪽이나 북서해안으로 날아간다.

이 같은 모래폭풍 뒤에는 사막화 현상이 놓여 있다. 전 세계로 번져가고 있는 사막화 현상은 기후변화가 근본 원인이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강수량은 줄고 증발량이 늘면서 건조화가 심해지는 것이다. 유엔이 2006년을 ‘세계 사막화 방지의 해’로 정했을 만큼 사막화 현상은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대로 가면 전체 육지 면적의 3분의 1이 사막으로 바뀔 것으로 유엔은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지난 50년간 전 세계에서 남한 면적의 6배가 넘는 65만㎢가 사막화됐다. 최근에는 속도가 더 빨라져 해마다 6만~10만㎢의 농토가 사막화되고 있다.

유엔은 또 사막화 현상으로 2025년까지 아프리카에서는 기존 경작지의 3분의 2가 불모지로 변하고, 아시아에서는 3분의 1, 남아메리카에선 5분의 1이 비슷한 처지로 전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프랑스·독일 인구와 맞먹는 약 1억3500만 명이 기존 거주지에서 살 수 없어 물과 초원을 찾아 나서야 할 것으로 예측했다.

사막화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인구는 2억5000만 명, 영향권에 있는 인구는 100여 개국에 10억 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가장 심각한 지역은 아프리카이고 아시아에서는 중국 북서부 내륙지방이 두드러진다.

중국의 사막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중국은 국토의 27%가 사막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50ㆍ60년대에는 연평균 1560㎢가 사막으로 바뀌었으나 80년대에는 2100㎢로 늘었고, 2001년 한 해 동안에는 서울 면적의 6배쯤 되는 3400㎢가 사막으로 바뀌었다. 중국은 황사 발원지로서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매년 540억 위안(약 2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막화는 지나친 경작, 과도한 방목, 무분별한 산림벌목, 관개수로 불량 등으로 땅을 혹사한 결과로 나타난다. 지난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사막화에 대해 “지구 환경의 파괴를 알리는 가장 강도 높은 경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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