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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의 선데이 스타-이영하·이상원]‘맛탐’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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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15면

빠듯한 출근시간에 멍하니 넋 놓게 되는 순간이 있다. 옷장에 옷이 가득 차고 넘쳐나도 절대로 풀리지 않는 숙제, ‘오늘은 뭘 입을까’.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충 걸쳐 입고 후다닥 방송국에 가면 어느새 곧 점심시간. 현관문만 나서면 음식점이 지천이어도 ‘오늘은 또 뭘 먹을까’ 하는 중차대한 결정에 진지한 회의를 거듭하는데. 이럴 때마다 떠오르는 든든한 얼굴이 있다. 바로 방송가에 미식가로 손꼽히는 탤런트 이영하ㆍ이상원 부자. 특히 아들 이상원이 그날의 날씨, 지역, 연령층을 고려해 맛있는 메뉴를 콕 골라주는 고감각 ‘미식 내비게이션’이라면, 아버지 이영하는 웬만한 음식은 시간이 얼마가 걸릴지라도 산 넘고 물 건너 현지까지 직접 찾아가 ‘원조’의 맛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진정한 맛의 고수다. 입맛 까다롭기로 소문난 맛있는 부자의 미식의 역사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모님 직업 덕에 음식의 맛을 알았다고나 할까요? 아버지께서 워낙 드라마ㆍ영화 촬영하시면서 전국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시면서 음식을 접하셨대요. 아버지를 닮아 저도 미각이 남들보다 조금 발달한 편인데 어머니께서도 일을 하시다 보니 직접 요리해주실 기회도 별로 없고, 또 가끔 직접 음식을 만들어주실 때는 음, 손맛보다는 정성으로 먹곤 하죠.”

‘바쁜 엄마’ 탤런트 선우은숙의 촬영이 있는 날이면 이영하 부자는 한 끼 대충 때우는 것이 아니라 진짜 맛있는 음식을 찾아 맛집 순례에 나선다.

“덕분에 아버지와 친구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죠. 제가 어릴 적엔 무조건 아버지께서 데리고 가는 음식점에서 골라주는 메뉴만 먹었는데, 요즘은 아버지와 서로 대결을 해요. 누가 더 맛있는 집을 추천하는 맛의 달인인지.”

맛있는 음식을 보면 제일 먼저 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른다는 아들 상원은 그동안 다닌 음식점의 이름과 연락처, 그곳의 인상 깊은 메뉴에 대한 기억을 메모해둔 노트도 만들어 두었다. 실제로 요리 실력도 좋은 그는 언젠가는 아버지가 인정하는 음식점을 하나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나이를 먹으면 아버지와 함께하는 밥상의 수가 줄어들게 마련인데, 이들 맛있는 부자(父子)야말로 위장은 물론 마음까지 배부른 진짜 부자(富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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