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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의 선데이 스타-지현우] 맹모삼천지교 (孟母三遷之敎)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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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15면

알 만한 사람은 다 알다시피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뜻으로, 인간이 성장하는 데 환경이 중요함을 가리키는 말이다. 맹자 못지않게 연예인에게도 유년 시절의 환경은 그들을 스타로 만드는 데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다 해도 과언은 아닐 듯. 바로 그룹 더 넛츠의 매혹적인 기타리스트이자 이 시대 올드미스들의 로망을 연기한 배우 지현우처럼 말이다.

“부모님이 20년 넘게 레코드 가게를 하셨어요. 그 덕분에 초등학교 1학년 때 기타를 시작하게 됐죠.”

아무리 레코드 가게를 하셔도 배고픈 음악을 한다면 한번쯤 말릴 법도 한데, 음악이 꿈이셨던 부모님은 형제에게 공부보다 기타에 피아노까지 스파르타 교육을 시켰다고.
“형과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하루 한 시간씩, 학년이 올라가면 그 수만큼 연습 시간이 늘어났죠. 중학생 때는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쉬지 않고 기타 연습을 했는데 유일하게 쉴 수 있는 날은 월드컵 경기와 석가탄신일이었어요.”

한글보다 기타 코드를 먼저 깨우친 어린 현우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선 아버지와 함께 가게 한쪽에서 동네 고등학생 형들과 아줌마ㆍ아저씨들에게 가르칠 정도의 수준급 실력이 되었다. 심지어 운동회 날도 남들 다 하는 이어달리기 바통 대신 여전히 기타 줄을 잡았는데.

“어머니는, 연주자는 무엇보다 무대 경험이 중요하다며 저희 형제를 위한 공연을 준비해 주셨어요. 저는 피아노를, 형은 키보드를. 그렇게 전교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시간 짜리 미니 콘서트를 열었죠.”

그리고 10년 뒤 그룹 넥스트의 키보디스트로 활동 중인 그의 형 지현수와 함께 형제는 이 달 말 진짜 콘서트를 연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선생님에서 형제의 가장 열렬한 팬이 된 부모님과 함께, 언젠가 꼭 두 분을 무대로 모셔 가족 모두가 공연을 해 보고 싶다는 그의 얘기를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 온다. 맹자ㆍ한석봉ㆍ지현우의 부모님만큼이나 우리의 어머니·아버지도 훌륭하셨음을 혹 잊지는 않았는지.

늦었지만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어릴 적부터 늘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셨던 저의 부모님께 감히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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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씨는 남들이 아이를 만들 때 프로그램을 낳는 방송작가로 KBS ‘비타민’, MBC ‘말달리자’를 집필하며 스타들과 소곤거리길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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