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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는 인도 경제, 10억 소비시장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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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현대자동차.삼성전자.LG전자가 인도에 오기 전엔 우리 소비자는 물건을 선택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대부분 한 종류의 상품만을 사용했죠. 그러나 이제 10억명의 소비자가 눈을 뜨고 있습니다."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 있는 국가경제연구소 라지시 차다 박사는 인도 시장의 가능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인도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7%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더불어 한국 기업들도 역대 최고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팽창하는 시장= 인도 동남부의 해안도시 첸나이에 있는 현대차 인도 법인은 지난 12일 1996년 인도 진출 이래 가장 큰 행사를 열었다. 50만대째 차를 생산한 것이다. 차종은 빨간색 '산트로'. 한국에서 아토즈로 판매됐던 브랜드다. 지난해 8만7천여대가 생산된 차종이고, 인도의 콤팩트 카 시장 점유율이 26%로 1위이다.

현대차 인도법인의 김재일 사장은 "인도 자동차 시장은 연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연간 25만대를 만들 수 있도록 증설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델리 인근의 공단인 노이다 지역에 있는 삼성전자 인도법인도 올해 매출을 10억달러로 내다보고 있다. LG전자 인도법인은 그레이터 노이다 지역에 이미 5천만달러를 투자했으며, 내년에는 3천만달러를 푸네 지역에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LG전자 박재현 생산담당 부장은 "매년 공장이 하나씩 더 생기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LG전자는 인도의 가전시장 중 소프트웨어를 뺀 나머지 가전제품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내년에는 점유율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IT와 영어=인도 경제 성장의 배경에는 IT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2001년 소프트웨어 수출액이 78억 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였다. IT산업은 인도인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인도 출신의 미국인 엔지니어 콤바트(60)는 "인도의 구구단은 곱셈표가 16까지 있다. 인도인들이 수학과 IT에 강한 이유"라고 말했다. 16 곱하기 16이 2백56이라는 것을 인도 학생들은 5~7세 때 외운다는 얘기다.

인도의 MIT라 불리는 IIT(India Institute of Technology)는 전국에 6개가 있으며 여기에서 배출된 인력은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포함해 세계 각국의 연구인력으로 진출하고 있다.

우수한 IT인력이 많기 때문에 델컴퓨터 등 다국적 IT기업들은 자사의 콜센터 등을 앞다퉈 설립하고 있다. 콜센터는 소비자들이 상품의 불만이나 의문 사항을 물으면 이에 답해주는 기능을 하는 곳이다.

콜센터는 인도에서 유망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사업 중 하나다. 이 같은 사업이 커질 수 있는 토대는 영어를 잘 하는 값싼 IT인력이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인 소비자가 IT제품의 문제점을 영어로 묻거나, e-메일을 보내도 인도에서는 이에 답할 수 있는 IT전문가를 대졸초임 3백~4백달러면 채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KOTRA 윤효춘 첸나이 무역관장은 "인도가 2008년까지 BPO 산업에서 5백60억달러를 벌어들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경제 활성화 정책=인도 정부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국가와의 거래에는 관세율이 인하되고 수출입 장벽도 낮아진다. 따라서 동남아 지역을 교두보로 삼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에 인도는 떠오르는 시장이 되고 있다. 그 대표주자가 일본의 자동차 산업이다. 일본 자동차는 인도 현지화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태국을 장악하고 있어 FTA가 성사되면 인도 시장을 무섭게 공략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인도 정부는 인디아 항공 등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들 공기업을 입찰을 통해 인수해 할 수 있는 민간 사업도 확대될 전망이다.

◇인프라 부족.문화差 극복해야= 뉴델리 도로에서는 끊임없이 경적이 들린다. 현지인들은 자동차가 늘었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교통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도심에는 편도 2차선의 도로에 소와 사람, 오토 릭샤(바퀴 세개짜리의 전통 이동수단), 오토바이, 자전거 등이 무질서하게 다니고 있다. 경적이 없이는 한치 앞도 나갈 수 없다. 이런 이유로 현대차도 경적을 특별히 크고 독특하게 제작한다고 한다. 이 같은 인프라 역시 외국기업들엔 주요한 투자 대상이다.

인도 진출을 생각하는 기업들은 느리고, 명확하지 않은 인도인들의 거래 관행을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양해각서(MOU)는 물론, 계약 자체가 번복되기 일쑤라는 것이다. KOTRA 관계자는 "이 같은 제약이 많지만 세계 기업들의 관심이 높은 것은 인프라와 문화 모두 투자의 대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델리.첸나이=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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