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기에 웬 무장 침투인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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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부분적인 것이긴 하나 인적·물적 교류도 이뤄지는 시점에서 발생한 북한의 무장군인 침투사건은 이해하기 어렵다.
70년대초 모처럼 남북대화가 시작되어 온 겨레가 기대에 부풀어 있을 때 휴전선 여러 곳에 땅굴을 팠던 불쾌한 사실을 연상시키는 불상사다.
국방부 발표에 의하면 22일 낮 중부전선 철원 북방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 남쪽 1㎞ 지점에서 국군수색대가 북한측 무장병 3명과 교전 끝에 전원 이들을 사살했다. 당초에는 전날 밤 9명이 침투했었으나 안내를 맡았던 경계초병 6명은 되돌아 가고 매복했다 사살된 3명은 생산지 불명의 M16 소총과 권총·수류탄을 가지고 있었으며 검은 옷에 베레모를 쓰고 있었던 것으로 발표됐다.
이러한 당국의 간단한 1차 발표만으로는 진상의 전모를 알기가 어렵다.
우선 북한측에 더 절실한 남북대화가 손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데 그 분위기에 걸맞지 않는 무장침투 사건을 자행한 의도가 분명치 않다. 그 무장군인들이 휴전선 남쪽지역으로 침투하려 했는지,단순한 전선교란용인지도 알 수 없다.
비정규적인 복장도 과거와는 다르다. 이전의 남침 인민군들은 북한의 정규군 제복이나 특수전 복장을 했고 계급도 식별할 수 있게 돼있었으나 이번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보다 구체적인 내막과 진상은 23일부터 실시되는 정밀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남북관계 개선에 반대하는 인민군내 강경파의 소행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아직은 추측할 단계가 아니다.
현재 호전되고 있는 남북관계의 유지·발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의 진상과 배경 및 의도는 명쾌하게 밝혀져야 한다. 만약 대화의 이면에서 과거의 땅굴작업과 같은 적대행위가 다시 진행되고 있다면 이는 철저히 규명돼야만 한다. 이 문제는 두가지 통로를 통해 북의 해명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하나는 이미 개설돼 있는 남북대화 기구다. 지금 남과 북 사이에는 판문점에 「남북 연락사무소」가 설치,운영되고 있고 총리급 회담 산하에 군사·정치관계 분과위와 공동위도 구성돼 있다.
다른 하나는 기존의 군사정전위다. 휴전 이후 비무장지대의 사건은 주로 군사정전위 회의에서 취급돼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군장성이 맡고있던 유엔군측 수석대표가 한국 군장성으로 교체된 이후 북측은 고의로 회의개최를 회피해 왔다. 이제 이런 정전위의 정체상태는 더이상 계속되어선 안된다. 유엔군측은 즉시 정전위 회의를 소집하여 이번 사건을 따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모처럼 호전되고 있는 지금의 남북대화나 교류관계에 너무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양측이 모두 유의하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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