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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역미술 신비의 잠을 깨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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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90년 만에 자태를 드러낸 서역 벽화부터 최고의 색감을 자랑하는 복희여와도(伏羲女圖.그림)까지.

16일부터 내년 2월 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건무)에서 특별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서역미술'이 열린다.

여기서는 현재의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등지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출토된 3~7세기 석굴사원의 벽화를 비롯, 불화.불상.토기.토용 등 4백62점이 소개된다.

전시품들은 불교 전래의 경로였던 서역지방을 답사했던 니시홍간지(西本願寺)의 문주(門主.한국의 종정) 오타니 고즈이(1876~1948)가 이끄는 탐험대가 수집한 유물로 일명 '오타니 컬렉션'(1916년 국립중앙박물관 전신인 조선총독부박물관에 기증)으로 불린다. 이번에 나온 유물은 그 중 5분의 1에 해당한다. 박물관은 오타니 컬렉션 중 유물 상태가 좋은 것을 골라 최신 기술로 보존처리해 전시하게 됐다.

이번 전시품 중의 백미는 오타니 탐험대가 투루판(吐魯番) 야르호 천불동 제 4굴에서 뜯어온 천불도, 투르판 아스타나의 묘실 천장에 부착돼 있던 복희여와도, 투루판 무루툭에서 가져온 것으로 알려진 천부흉상(天部胸像) 등이다.

동서문화교류의 요충지로 이(異)종교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던 서역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들이다.

복희여와도는 오른쪽의 남신 복희가 측량을 위한 곡척(曲尺)을, 왼쪽의 여와는 컴퍼스 또는 가위를 들고 있는 그림. 둘이 어깨를 껴안고 서로 몸을 꼬고 있어 하반신은 마치 뱀의 모습을 닮았다. 몸이 꼬여 있는 것은 세상의 조화, 만물의 생성 등을 상징한다. 그림 상부에 방사선이 그려진 원은 조로아스터교의 태양 문양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 천부흉상은 눈코입이 가운데로 모여 중앙아시아 조각의 특징을 드러내며, 머릿결 장식 등에서는 중국풍을 보여준다는 평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밖에 당대(唐代) 여인의 특징을 보여주는 기마여인상, 얇은 비단에 선묘로 그려져 불당 천장부터 죽 드리웠던 둔황의 보살입상번 등이 선보일 예정이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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