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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좋은 카레, 알고 보니 보약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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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에 카테킨, 고추에 캡사이신이 있다면 카레엔 커큐민이 있다. ‘카·캡·커’는 세 웰빙 식품의 대표 성분이다.
 셋은 폴리페놀 계열의 항산화 성분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유해(활성)산소를 없애 노화와 성인병을 막아주는 것이다. 이중 커큐민의 항산화력이 가장 높고, 다음은 카테킨ㆍ캡사이신 순서다. 그래서 일본에선 커큐민만을 따로 추출해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카레는 녹차ㆍ고추처럼 한 종류의 식품이 아니다. 15∼20개 향신료(강황ㆍ후추ㆍ계핏가루ㆍ겨자ㆍ생강ㆍ마늘ㆍ박하잎ㆍ칠리 페퍼ㆍ사프란ㆍ베이 잎ㆍ정향ㆍ육두구 등)를 섞어 만든 복합 향신료다.

 이 중에서 주원료는 강황(카레의 30∼40%)이다. 강황의 색이 바로 카레색(노랑)이고, 강황 맛이 카레 맛이다. 카레의 색소 성분이자 건강성분인 커큐민은 강황에 주로 들어 있다.
 최근 카레가 알츠하이머형 치매 예방에 이로운 식품으로 알려진 것도 바로 커큐민 덕분이다.
 미국 UCLA대 연구팀은 쥐의 뇌에 뇌세포를 파괴하는 베타 아밀로이드(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많이 관찰됨)를 주사했다.
 이어 커큐민을 사료에 타서 먹였다. 그랬더니 커큐민이 베타 아밀로이드의 독성을 절반 정도로 낮췄다. 미로에서 행한 기억력 검사에서도 커큐민을 섭취한 쥐가 더 나은 기억력을 나타냈다. 그러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카레나 커큐민이 알츠하이머병 예방을 돕는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또 이미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경우 커큐민으로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카레는 요즘 유방암ㆍ대장암ㆍ전립선암 등 각종 암의 예방ㆍ치료에 유익한 식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역시 커큐민이다.
 순천향대 임상병리학과 윤형선 교수는 “암에 걸린 쥐에 카레를 먹였더니 암이 다른 부위로 전이되는 것이 지연됐고 식욕이 유지됐다”며 “암환자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식욕 감퇴ㆍ체중 감소를 막는 데 카레가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최한용 교수는 “카레의 커큐민이 전립선암의 발생과 전이를 막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커큐민은 또 염증 억제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절염 등 염증이 있는 환자에게 카레를 추천하는 것은 이래서다.
 커큐민은 가스로 헛배가 부르거나 소화불량, 위경련ㆍ위궤양이 있을 때 이를 가볍게 해준다.

 성균관대 식품생명공학부 박기문 교수는 “커큐민은 신진대사를 빠르게 한다”며 “카레가 다이어트 식품으로 유용한 것은 이같은 이유”라고 조언했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 중인 카레는 분말 카레와 고형 카레. 액상 카레는 카레 분말을 넣어 카레 요리를 한 것이다.
 한국식품연구원이 최근 두 카레의 커큐민과 지방 함량을 조사했다. 여기서 분말 카레의 커큐민 함량(100g당)은 76∼131㎎으로 고형 카레(23∼74㎎)보다 높았다.
 반면 비만의 원인이 되는 지방 함량(100g당)은 분말(14∼15g)이 고형(26∼39g)보다 적었다. 고형 카레는 대부분 일본산 수입제품이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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