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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건강] 여성 15%가 원인도 모르고 "골반이 뻐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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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만성 통증은 생명과 무관해도 삶의 질을 극도로 피폐하게 한다. 수많은 통증 가운데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으면서 여성들을 괴롭히는 통증이 있다. 이른바 만성골반통이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지만 원인을 밝혀내지 못해 항생제나 진통제 처방이 고작이었다. 때론 통증이 모호해 비뇨기과나 내과를 전전하고, 심지어 신경정신과.한의원까지 방문한다. 이런 만성골반통이 정체를 드러내고 있다. 원인이 밝혀지고 치료법이 등장하면서 삶의 질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만성골반통 센터(소장 허주엽 교수)를 운영하는 경희대병원 산부인과와 함께 '아내의 숨은 병, 만성 골반통'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의사들도 잘 모른다?=만성 골반통 환자는 의외로 많다. 산부인과를 찾는 여성의 10~20%에 이를 정도. 미국에선 가임여성의 15%가 만성 골반통 환자라는 통계도 있다. 실제 경희의료원 산부인과에서 지난해 수술한 골반 내시경시술 459건 중 157건(43.2%)이 만성골반통 때문이었다. 40대가 가장 많은 49%, 30대가 32%로 가정내 스트레스가 높은 특징을 보였다. 지금까지 만성 골반통이 주목받지 못한 것은 애매한 증상과 진단기술의 한계 때문. 내시경의 등장과 자궁내막증에 대한 연구가 급진전하면서 골반통의 원인과 발병 기전이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증상을 유의=만성 골반통은 증상이 모호해 진단이 쉽지 않다. 자궁.골반 주변에는 다른 부위에 비해 신경이 적게 분포하기 때문. 배꼽 아래 복부에 묵직한 둔통이 있고, 꼬리뼈나 양쪽 허리 통증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방광자극.배뇨시 통증 등 방광 증상이 80%에서 나타나고, 60%의 환자는 두통.불면증.피로감을 호소한다. 골반 통증을 느끼는 환자의 60%는 한쪽에서, 40%는 양쪽 또는 전반적인 골반부 통증을 느끼는 것도 특징이다.

변비.복통과 같은 소화기 증상, 과민성대장 증후군과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통증에 시달리다 보니 불안.우울증.피로감으로 가정 또는 직장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원인도 가지가지=증상만큼 원인질환도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것은 부인과 질환. 특히 자궁내막증, 수술 후유증에 의한 골반내 유착증, 자궁근종.난소 잔류증후군 등이 대표적인 질환이다.

다음은 정신적인 원인. 스트레스 상황을 맞으면 자궁이 비정상적인 수축을 하고, 이로 인해 자궁 내 혈액이 정체돼 울혈 상태가 되거나, 생리혈이 골반이나 자궁근육으로 역류해 통증의 원인이 된다. 재발성 방광요도염, 요도증후군, 간질성 방광염 등 비뇨기계 질환도 문제를 일으킨다. 이밖에도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근막동통증후군 등도 원인 제공 질환들이다.

◆늘어나는 골반울혈증후군=경희의료원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환자의 14%가 골반울혈증후군 환자다. 과거엔 진단이 어려웠지만 요즘엔 초음파 검사와 정맥조영술로 확진한다. 발병 기전은 하지정맥류와 유사하다. 골반내 정맥 혈관이 커지거나 많아져 혈액이 많이 고여 있다. 2회 이상 분만을 했거나 자궁이 뒤쪽으로 굴신돼 있는 여성, 다리에 정맥류가 있는 여성에게 흔하게 나타난다. 환자의 60%가 우울증이나 예민한 성격을 보여 스트레스와의 관련을 뒷받침해 준다.

국내에서의 만성골반통에 대한 연구는 일천하다. 1995년 처음 연구회가 발족해 현재 대학병원급에서 30여 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자료·도움말:만성골반통센터 허주엽, 이보연, 정민형, 최영준, 박성재, 정수경, 최숙근, 오주형 교수

만성 골반통 자가진단 해 봐요

(1) 요통이 골반통과 더불어 6개월 이상 지속된다

(2) 여러 차례 골반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3) 성교통이나 성교 후 통증이 심하다

(4) 복강경 검사에서 아무런 병리소견을 발견하지 못한다

(5) 복부 불편감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설사.복통.변비 동반) 등 위장관계 증상이 동반된다

(6) 빈뇨 특히 급박뇨, 소변 시 통증과 같은 비뇨기계 증상이 함께 온다

(7) 삼십대 전후로 출산 경험이 있거나 다산부

(8) 특히 생리 전에 악화되며, 생리 시에 통증이 줄어든다

(9) 비정상적인 자궁출혈 등 월경 이상이 있다

(10) 냉대하(특히 맑은 점액질 양상)가 있다

(11) 두통.만성 피로감.불면증 등 신경계통 증상이 동반된다

(12)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있고, 성격이 예민하다

(13) 골반통으로 자궁적출술 또는 양측 난소난관제거술 후에도 증상 호전이 없다

(14)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이 의심되는 병력 또는 진단을 받았다

(15) 난관결찰술 등 수술력이 있다

※하복부(배꼽 이하 복부)와 골반 부위에 6개월 이상 지속 또는 간헐적으로 통증이 있으며, 내진.초음파 검사상 병변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위와 같은 증상이 동반된 경우 만성골반통 의심.

고종관 기자

만성 골반통 무료검진 받아 봐요

※경희의료원 만성골반통센터와 헬스케어조인스는 일반인의 만성골반통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무료검진 사업을 펼친다. 6개월 이상 생리통을 포함해 성교통.요통.하복부 통증이 계속된 여성(25~35세)으로 6개월 이상 외래 방문이 가능해야 한다. 기본적인 부인과 진찰 외에 난소암수치 검사.초음파 검사.염증 및 간기능 검사 등 15만원 상당의 검사비가 무료로 제공된다(단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 난소종양, 크론씨 병, 궤양성 대장염 진단을 받은 분은 제외). 100명에 한함. 문의: 02-958-8320, 신청:http://healthcar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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