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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후세인, 쿠웨이트 침공·양민학살 반성안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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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포된 사담 후세인이 첫번째 비공식 신문 과정에서 쿠웨이트 침공과 대량 양민학살 등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는 당당하고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고 뉴욕 타임스와 영국의 일간지 더타임스 15일자가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체포 직후 후세인이 진짜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면담 과정에 참여했던 과도통치위원 세명과 아델 압델 마흐디 이라크 이슬람혁명평의회(SCIRI)의장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들 네사람은 폴 브레머 이라크 최고행정관과 리카르도 산체스 이라크 주둔 미군 지상군 사령관이 30분 동안 후세인을 신문하는 자리에서 함께 있었다.

면담에 참여했던 과도통치위원 아흐마드 찰라비에 따르면 후세인은 바그다드 공항 인근으로 추정되는 지역의 작은 방에 수감됐다. 신문 당시 후세인은 수갑을 차지 않은 상태였으며 방금 잠에서 깨어난듯한 얼굴에 양말과 검은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후세인은 쿠웨이트 침공에 대해 질문을 받고는 "그 곳은 이라크 땅이라고 믿는다"고 주장했다.그는 또 수십만명의 양민이 그의 통치기간 중 준군사조직에 의해 살해 암매장된데 대해 "그들의 가족에게 물어봐라.그들은 도둑이거나 반역자들이라 처형된 것"이라고 말했다.

1988년 화학무기를 사용해 쿠르드족을 대량살상해 국제적 비난을 샀던 사건에 대해서도 "이란 또는 이스라엘의 간첩들을 죽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찰라비는 "후세인이 이라크인 통치위원들에 대해서는 매우 경멸적인 말투와 태도를 보였다. 나와는 안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나누려하지 않았다.그러나 브레머 행정관과 산체스 장군 등 미국인들에게는 상당히 공손한 태도를 보여 놀랐다"고 말했다.

찰라비는 또 "후세인은 전혀 뉘우칠 줄 몰랐다"면서 "다른 사람에게 양심의 가책이나 연민의 정을 표현할 줄 모르는 전형적인 나르시스트(자기도취자)임이 분명했다"고 덧붙였다.

찰라비와 함께 면담한 다른 이라크인 통치위원은 "후세인은 매우 지쳐 보였다.그러나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반성하는 기미는 없었으며 간혹 비꼬는 말투로 적대감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모와파크 알루바이 과도통치위원은 후세인이 잡히는 순간에 AK-47 소총 2정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아무런 저항없이 순순히 체포된데 대해 질문을 던졌다. 알루바이가 "'당신은 항상 당신이 용감한 사람이고 자랑스러운 아랍인이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체포될 때 총 한방 쏘지 않은 것을 보면 겁쟁이가 아닌가' 라고 묻자 후세인은 그가 알고 있는 모든 프랑스어를 동원해 동문서답했다"고 말했다.

알루바이는 또 "마지막으로 그 방을 나오면서 '신의 저주가 당신에게 있을 것이다. 나중에 심판의 날에 당신이 죽인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 신에게 어떻게 설명할거냐'라고 물었더니 후세인은 여전히 프랑스어를 연습하며 딴전을 부렸다"고 말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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