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조물조물 접고 붙이고 … 책이 예술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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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책

2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 율동공원. 20여 명의 어린이가 미국의 대표적인 북아티스트 수전 캐퍼신스키 게이로드의 지도에 따라 '나만의 책 만들기'에 빠져들었다. 율동공원 내 책테마파크 개관 1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성남 국제 북아트페어' 행사 중 하나다. 강의는 정사각형 종이 석 장을 접어 별 모양 책을 만든 뒤 색연필.수성펜 등을 이용해 내용을 채워넣는 순서로 이어졌다.

일곱 살 용오는 '가족의 비밀책'을 만들었고, 여덟 살 혜진이는 '우리반 친구들'이란 책을 꾸몄다. 우주책을 만든 황인찬(서울 거여초4)군은 "책 만드는 게 정말 재미있다"며 신바람이 났다. 일곱 살 딸과 함께 온 이선영(34.경기도 수원시 영통동)씨도 "집에서도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볼 계획"이라며 즐거워했다.

행사를 주관한 대한북아트협회 김나래 회장은 "북아트는 그리기.글쓰기.만들기.NIE.논술 등과 통합교육이 가능하다"며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접해 온 책을 스스로 만든다는 데 큰 희열과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권하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북아트' 제작법을 알아봤다. 그림을 그려넣고, 사진도 붙여 넣어가며 '세상에 하나뿐인 책'을 만들어 보자.

정리=이지영 기자, 그림·사진='김나래의 어린이 북아트'(마루벌)

한국 온 북아트의 대가 수전 게이로드

20여 년간 어린이 북아티스트로 활동해 온 수전 캐퍼신스키 게이로드(55.사진)는 이번 '성남 국제 북아트페어'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내한했다. 그는 북아트의 자랑부터 늘어놨다. 수학.과학 등 지루할 수 있는 과목도 북아트와 접목하면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북아트의 장점을 설명해 달라.

"우선 재미있다는 것이다. 한 장의 종이가 책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행복감을 느낀다. 또 순서대로 접고 자르고 하는 과정이 논리적인 사고를 키워준다. 손을 많이 사용하는 작업인 만큼 두뇌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책 내용을 채우는 과정도 재미있다. 가족 이야기로 꾸밀 수도 있고, 여행 후기를 담을 수도 있고, 누구나 독창적인 책을 만드는 작가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북아트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

"주로 학교에서 이뤄진다. 초.중학교 미술시간에 북아트 수업이 있으며, 카드.일기장.사진첩 등에 다양하게 응용된다. 또 다른 과목과 연계한 활용을 많이 한다. 가령 수학시간에는 구구단책을 만들고, 역사시간에는 '피라미드' 같은 특정 주제를 다룬 책을 만든다."

-연령별 활용법은.

"종이를 접을 줄 아는 만 2세만 돼도 북아트를 할 수 있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교육효과는 더 커진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가위를 사용해 책을 만들 수 있고, 고학년이 되면 칼과 자도 이용할 수 있다. 북아트를 교육에 활용하려면, 책을 만들기 전에 책의 주제를 먼저 정하고 자료 조사를 마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북아트가 단지 오리고 그리는 차원을 넘어설 수 있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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