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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늘어나고 「일반」줄어들고/시내버스 실질적 요금인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고급화 추진에 시민부담 가중/「좌석」도 입석운행 등 횡포
정부가 대중교통수단 고급화를 명분으로 일반버스의 좌석버스로의 전환을 추진하면서 일반버스운행이 더욱 줄어 일반버스타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지고 좌석버스마저 입석 만원으로 일반버스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최근들어 좌석버스는 출·퇴근시간 정원의 2배를 넘는 등 입석승객을 마구 태워 정류장에 제대로 서지도 않고 무질서운행을 예사로 하는 등 「좌석」본래의 기능을 사실상 잃은 상태다. 시민들은 「대중교통의 고급화」는 커녕 요금만 올려 부담을 늘리면서 서비스는 떨어뜨린 모순된 시책이라며 정부정책의 전환을 요구하는 여론이다.
◇실태=18일 오전 7시30분쯤 서울 화곡동 강서구청앞 입석버스 정류장에는 출근길 시민 1백여명이 버스를 기다리며 발을 구르다 20∼30분꼴로 한대씩 오는 만원버스를 타기 위해 이리저리 쏠리며 승차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에 쫓기거나 차에서 밀려 참다못한 일부 시민들은 30여m쯤 떨어진 좌석버스 정류장으로 옮겼으나 45명 정원의 버스에는 보통 2배로 넘을듯한 승객들이 이미 빽빽이 차있었다.
입석의 두배가 넘는 5백원의 요금을 낸 시민들은 출입구계단에 매달리다시피한채 사람들의 틈속으로 짐작처럼 몸을 실어야 했다.
서울 상봉동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도 오전 7시35분에 지나간 38­2번(상봉터미널∼도곡동) 입석버스는 20분이 지난 7시55분에야 도착했으나 몰려든 승객 20여명중 10여명만이 차에 탈 수 있었고 나머지는 좌석쪽으로 발길을 돌리거나 다음 차를 기다려야 했다.
이같은 모습들은 상계동·망우동·면목동 등 외곽에서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이 매일 반복하고 있는 승차전쟁이다.
서울 화곡동∼명동간을 운행하는 588입석버스를 이용하는 회사원 최유성씨(32·서울 화곡본동)는 『20∼30분정도 기다리기가 일쑤인데다 정차하지도 않고 그냥 통과하는 경우도 많다』며 『출근시간에 맞추기 위해 두배이상 요금을 내고 같은 노선의 588좌석을 타지만 항상 만원이어서 매일 아침 곤욕을 치른다』고 했다.
◇시책=서울의 경우 총 8천7백37대의 버스중 2백59대를 좌석으로 전환한데 이어 올해말까지 4백3대를 추가로 전환시켜 입석·좌석의 비율을 70%:30%(6천6대:2천7백37대) 비율로 만들고 연차적으로 좌석을 늘려나가 1대 1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서울시는 『운전기사 구인난·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버스업계가 좌석으로 전환하면서 지난해말 18%였던 운휴율이 14%로 떨어졌다』며 『에어컨시설 등 근무조건때문에 운전기사도 48개업체에서 4백여명이 늘어났다』고 그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한정된 차량대수 가운데 좌석으로 전환할 경우 상대적으로 입석의 배차간격이 커져 입석이용 승객들이 좌석을 이용할 수 밖에 없게돼 간접적인 요금인상을 떠맡게 됐다고 불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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