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총각 중국처녀/물건너 짝짓기(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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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신부기근­호강욕심 궁합맞아/중매회사들 맞선여행 성업
중국과 대만의 경제교류가 활기를 띠면서 중국 여성과 대만 남성의 짝짓기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적령기 남자가 여자보다 많아 신부감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는 대만 남성과 경제적 여유를 누리고 싶어하는 중국 여성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져 결혼하는 경우가 부쩍 늘고있다.
이에 따라 대만에는 대만 남성과 중국 여성만을 전문중매하는 회사가 덩달아 늘고있고 대만 당국도 이같은 현실을 인정,지난 1월 대만의 남자와 결혼한 중국 국적의 신부들이 국내에 정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대만남부 고웅시 「양안결혼 중매회사」는 지난해 9월 대만 남자를 상대로 「중국여자 맞선보기 중국여행」이라는 상품을 개발,인기를 끌고있다.
이 상품을 산 대만남자들은 중국 제일의 도시 상해와 「미인의 산지」로 이름난 절강성의 성도·항주를 일주일동안 방문,30여명의 중국여성들과 만나 맘에 드는 여자를 배필로 맞이할 수 있다.
대만의 대북시에는 이같은 중매회사가 최근 1년새 30여개사로 늘었고 대웅시에도 현재 10여개사가 성업중이다.
대만남성과 중국여성의 결혼은 지난 87년 대만이 본토방문을 허용하면서부터 물꼬가 트인뒤 양국간에 경제 등 민간부문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급속히 증가했다.
지금까지 대만은 「총각 공급 과잉」으로 결혼선택권은 사실상 처녀들에게 있었다.
대만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20∼30대 미혼남자의 수는 미혼여성보다 무려 60만명이나 많으며 그 격차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실정에서 중국여성과의 결혼은 대만 총각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그동안 대만처녀들로부터 냉대 받아왔던 공원과 농업·자영업 부문에 종사하는 청년들에게는 더욱 고무적인 일이다.
한편 중국처녀들도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일단 대만남자와 결혼하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잘 살수 있고 대만에 가서 자본주의적 문물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처녀들중 특히 대학을 졸업,「현실적인」생각을 갖고있는 고학력자가 대만남성들과의 결혼에 더욱 적극적이다.
20대 중국여성 가운데 50,60대 대만남자와 결혼한 경우도 있는데 이는 여자측이 남자를 사랑해서라기 보다 재산상속 또는 중국탈출을 목적으로 접근한 결과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대만남자와 혼인한 중국여성은 모두 6백여명이며 이미 5백50여명이 대만에서 살겠다고 대만 당국에 정주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대만정부는 매년 2백40명에게만 정주를 허용 방침이어서 앞으로 상당수의 커플이 적어도 1년 이상 별거해야 할 형편이다.
서로 당장의 필요에 의해 결혼했지만 환경이 크게 다른 곳에서 자라난 이들 부부가 장기간의 별거생활을 원만하게 넘기지 못할 경우 중국­대만 사이에 미묘한 갈등을 촉발할 가능성도 없지않다.<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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