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흔들리는 민생치안(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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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범죄와의 전쟁」으로 강력범죄가 한때 주춤하는가 했더니 요즘 다시 고개를 드는 추세다. 한적한 변두리지역에서는 물론이고 그동안 치안안전지대로 꼽혀온 서울 4대문안에서 조차 술취한 사람이나 퇴근이 늦은 시민을 대상으로 한 노상강도사건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는 이같은 현상 역시 정권교체기를 맞아 행정력이 전반적으로 느슨하게 풀어진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깊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우리사회 곳곳에선 행정력이 갈수록 증발해가고 있지않나 하는 걱정을 낳게하는 사례들이 이곳 저곳에서 보인다. 물가불안에 국제수지악화는 심화되고 중소기업의 부도사태는 계속 늘어나며 증시는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건만 그 어떤 해결책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또 예년같으면 이맘때쯤엔 각 행정부처들이 새해 예산확보를 위해 새 사업계획을 다투어 발표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 왔으나 올해엔 그마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사회기강의 고삐를 쥔 행정부터가 이렇듯 무기력할때 범죄가 고개를 들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우리들 앞에는 연말까지의 긴 선거계절,더 나아가선 내년 2월까지의 지리하도록 긴 정치계절이 가로놓여 있어 현재의 느슨한 분위기를 방치한다면 치안상태는 갈수록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곧 사회불안이 심화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이 과도기를 순조롭게 넘기기 위해서는 우선 치안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반 국민이 사회의 안정여부를 피부로 감지하게 되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범죄를 통해서다. 때문에 사회에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범죄부터 강력히 다스려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경찰은 인력난 대문에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고 하나 그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얘기다. 과거와는 달리 요즘엔 학원가의 시위도 크게 줄었다. 이럴 때에는 시위진압에 동원되어 온 그 많은 경찰력을 당연히 민생치안쪽으로 돌려야 한다고 본다. 경찰은 늘 인원부족을 얘기하지만 시위진압이나 각종 경비 등에 종사하는 인원까지 포함하면 인구에 비례한 경찰인력 수준이 선진국에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
최근엔 일본의 야쿠자까지 잠입해 국내 폭력조직과의 연계를 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선거철엔 으레 폭력조직이 되살아 나오곤 했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이 판에 해외조직과 연계된 폭력조직까지 기승을 부린다면 사회불안은 심각한 상태에 이를 위험이 있다.
정부는 「범죄와의 전쟁」의 고삐를 다시 당겨야 한다. 과도기의 사회불안을 막는 첫걸음은 바로 민생치안의 확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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