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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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중앙일보는 매주 수요일(일부지방 목요일) 공무원사회를 소재로 한「공무원」특집면을 신설했습니다. 83만명을 헤아리는 일반공무원들은 대부분 각광받기보다는 그들이 흘리는 땀으로 우리사회의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문화와 이색소재·발언 등으로 꾸며질「공무원」특집면은 공무원 사회의 애환에 대한 일반국민의 이해를 넓히는 가교의 역할을 하게 되길 기대합니다.
공무원들은 자리에 민감하다.
낮은 승진기회,「정실인사」,「낙하산인사」, 정치바람에 민감한 자리 등…. 소문이 나면 일손이 안 잡히고 끝나면 뒷말도 많다. 그만큼 자리에 관심이 많다.
인사는 공무원에게 희망이자 고민이다. 보이는「원칙」이 있으면서도 변화무쌍한 공무원인사, 그 생리와 백태를 살펴본다.
◇인사형태=교육 공무원처럼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공무원들에게 정기인사는 없다. 인사요인이 생기면 인사가 이루어진다. 국방대학원·간부수련과정 등 교육으로 자리가 비거나 인사권자의 변동이 있으면 윗자리에서부터 시작해 연쇄인사가 이루어지는 것이 통상적이다.
인사권은 곧 지휘권으로 통해 인사형태는 인사권자의 지휘 스타일을 반영하게 마련이다. 그 형태는 크게「혁신형」과「보수형」으로 구분된다.
내무부장관을 지낸 이춘구 민자당 사무총장은 88년 장관취임 직후 자신이 차관으로 있을 때 지방관리의 명예로운 퇴직을 위해 만든 6개도 1급 부지사 자리가 승진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 있던 부지사들을 사퇴시켜 이례적인 인사의 예로 회자되고 있다.
보사부를 거쳐 환경처를 맡고 있는 권이혁 장관은 지난해 5월 취임직후 대폭적인 인사를 소문 안나게 해치워 무리하지 않는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인사운동=공무원 인사는 일반적으로 경력과 능력이 기준이 된다. 이두가지 기준의 조화가 조직의 운영에 큰 영향을 미쳐 경력(연공서열)을 강조하면 조직이 침체되기 쉽고 능력 (발탁)에 치우치면 안정성이 깨질 위험이 있다. 자칫 인사잡음도 생긴다. 따라서 이들 기준의 조화가 인사권자에게는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역시 최종결정은 인사권자가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사의 속성이다. 그래서 경력과 능력 외에 또 다른 변수가 작용하게 되며「자리」를 둘러싼 갖가지 작전이 벌어지게 된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인사권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의 지원이다. 흔히 공무원들이 청와대나 여당의 근무를 선호하는 것은 근무평정에서 유리할 뿐만 아니라 인사에서 지원사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일부에서는 금품공세를 취하기도 한다.
몸으로 부딪치는「저돌형」도 있다. 교육부의 모 간부는 국민학교 평교사 시절 장관에게 직접 교육 행정부처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 교육부에 발을 들여놓은 뒤 추진력 있는 업무능력을 인정방아 승승장구한 케이스다.
◇인사잡음=인사운동이 모두 효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역효과를 빚는 경우도 적지 않다. 86년 힘들여 이사관으로 승진했던 내무부의 C씨는 이사관이 넘쳐 보직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산하단체를 맴돌아 경력관리에 불안을 느끼게 되자 스스로 부 이사관으로 내려앉았다가 후에 다시 이사관에 승진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인사에는 운도 많이 작용한다. 김상준 서울시 교육감은 문교 차관을 마치고 갈 자리가 없어 쉬던 중 당시 최열곤 교육감에게 한적한 중학교 교장자리 하나달라고 부탁했다가 보기 좋게 거절당했으나 얼마 되지 않아 최씨가 뇌물수수로 구속되자 그 자리에 앉았다. 전화위복의 관운 사례인 셈이다.<이덕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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