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도 해방돼야 한다|연대 윤진 교수 여성강좌 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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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남자는 감정을 표현해서는 안 된다」 「남자는 건강해야 한다」 「남자는 모든 것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 「남자는 성공해야한다」이상은 남성에 대한 성 역할 고정관념들. 남성들은 이런 고정관념들 때문에 일생을 스트레스 속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남성들은 자신들이 이 같은 고정관념 때문에 억압되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성 역할의 고정관념으로부터 억압당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여성들이 먼저 해방돼 남성들의 고정관념을 깨뜨려줘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이는 숙명여대 부설 아시아 여성문제연구소 주최로 6일 오후 숙대 중강당에서 열린 제25회 아시아 여성강좌 「남성은 해방되었는가-남성 성 역할 고정관념에 따른 스트레스에서의 윤진교수(연세대·심리학)의 주제강연 내용.
남성은 직장을 중심으로, 여성은 가정을 중심으로 각기 자기 존재를 확인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부부라도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인생항로를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견해.
현재까지의 실험결과 남녀간의 확실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언어능력 ▲수리능력 ▲공간지각능력 ▲공격성뿐이다. 그러나「여자가 남자보다 더 사교적이다」「여성들이 성취욕이 낮다」 「여성이 정·사랑이 많다」등 근거가 희박한 주장들이 당연시되고 있다는 것.
이런 통념은 결과적으로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불러일으켜 남성들은 공격적이고 분석적이며 냉정하고 독립적인 반면 여성들은 조용하고 부드럽고 의존적이며 모성애가 강하다는 식으로 치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허약한 남성들은 단지 체질의 문제일 뿐인데도 『사내답지 못하다』고 인식되어지며, 슬퍼도 마음대로 울지 못하고 기뻐도 툭 터놓고 웃을 수 없도록 강요받는다는 것.
윤교수는『특히 가부장제 문화에서는 남성이 모든 것을 책임지며 살아가도록 요구되기 때문에 남성들은 직업을 중심으로 일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어 은퇴 후 역할변화로 인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 따라서 『남성성·여성성을 고루 갖춘 양성성의 인간으로 스스로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때 진정한 남성해방이 이뤄진다』고 결론지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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