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에 여성진출 크게 늘어/올 채용 9급지방직 59∼84% 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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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현장단속·숙직등 어려움도
공직사회에도 여성진출이 크게 늘어 올들어 각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한 9급 공무원 공채시험의 경우 여성합격자가 전체의 60%를 넘어 「치맛바람 돌풍」이 불고 있다.
이에 따라 남자들만의 수직관계가 특색이던 공무원사회와 관청분위기가 달라지는 한편 이해관계자와의 충돌이 많은 현장지도·단속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남자 직원들은 숙직부담이 늘어나 불평을 터뜨리는등 과도기적인 현상도 나타나 일선 행정기관마다 고심중이다.
◇여성진출=제주도가 지난달 28일 실시한 9급 지방행정직 공채시험에서 합격자 82명중 여자가 64명으로 전체의 84%를 차지했다. 충북도도 올해 1차 9급 행정직 시험에서 합격자의 73%인 73명이 여자였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비슷해 올 1∼4월 사이 실시된 상반기 9급 행정직시험 여성합격자 비율은 광주 70%,인천 66%,전북 59% 등이었다.
내무부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각급 지방관서의 공무원중 여성비율은 15.2%인 20만7천3백65명으로 1년전의 12.6%에 비해 2.6%나 높아졌으며 이중 9급직에서의 여성비율은 91년말 현재 22.5%로 1년사이 3.3%나 높아졌다.
이같은 여성진출 확대는 지난해 하반기 지방공무원 임용규정이 개정돼 직종이나 채용인원에 남녀간 제한이 없어진 때문이며 남녀 기회균등 차원에서 바람직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나 일부 문제점도 없지 않다.
◇문제점=대민업무 처리나 대민활동이 많은 하위직의 경우 각종 현장지도나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일직이나 숙직은 남자들만의 차지가 돼 남자들의 불만이 공무원 사회의 새로운 문제로 제기됐다.
인천시 신선동의 경우 동장을 포함해서 직원이 모두 14명인데 여자 5명과 동장·사무장을 빼면 남자직원 7명이 1주일에 한번씩 숙직을 해야 하는 형편이며 중앙동도 11명중 남자는 8명뿐이어서 동장·사무장을 뺀 6명이 숙직을 계속한다.
이밖에 도시지역 동사무소들은 불법간판이나 광고물불법부착·업태위반업소의 단속과 정비업무를 여자들에게 맡기기 어려워 사실상 단속이 느슨해진 상태며 농촌지역의 경우 각종 영농지도나 주민계몽등 현장업무를 담당할 남자들이 자꾸만 줄어들고 있어 문제다.
이 때문에 각 지방관서에서는 근래 내무부 등에 남녀직원이 채용비율을 정해줄 것과 결혼·출산 등에 따른 여직원들의 잦은 결원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요구하는가 하면 인사철엔 남자직원을 배치해주도록 로비까지 벌이고 있다.<석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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