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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광역도로망 진단(하)|주민 피해보상 싸고 마찰|착공조차 못 한 곳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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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수도권 순환 도로망 구축은 예상되는 효과 못지 않게 문제점도 많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인력·자재난으로 공기연장이 불가피하고, 일부 구간은 도로부지로 편입되는 토지·가옥주들의 선 보상 후 착공 요구 농성이 잇따라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또 지가·인건비 상승 등으로 건설비 추가부담이 해마다 늘어 재정압박이 가중되고 있으며 일부구간은 도로 설계 잘못으로 오히려 교통체증이 심화될 전망이다.
주민반발=서울 홍제천 위를 통과하는 고가도로가 아파트 옥상 위를 지나는 탓에 이주가 불가피한 홍제천 부근 유진 맨션 아파트B동 91가구 주민들은 시가 제시한 보상액수가 너무 낮다며 현실적인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또 북악 터널부근 주민 2백여명도 지난해 북악 보상대책 위원회를 구성, 이 지역에 건설중인 터널과 도로로 인한 피해의 보상이 적절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20여 요구사항을 시 측에 제의했으나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주민반발은 내부순환도로 전체 40·1km구간 중 고가도로로 건설되는 27km의 절반구간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합리적인 타결점이 마련되지 않는 한 공사 지연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인력난·건설자재난·지가상승=5조6천억원에 이르는 순환도로망 건설비용은 설계 당시의 추정예산일 뿐 해마다 늘어나는 인건비·건설 자재비 인상률 등을 감안하면 추가로 확보해야할 건설비용은 1조∼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외부순환선 구리∼퇴계원 구간은 대규모 IC건설과 순수공사비의 90%가 넘는 용지보상비 때문에 km당 건설비가 2백70억원대에 이르고 있으며 도심구간 일부지역은 당초 예상의 2배에 가까운 5백억원이 소요될 전망.
외부순환선 일산∼원당∼퇴계원(34·9km)북부구간은 설계 당시 4천5백억원(90년말 기준)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그 동안 지가 상승 등으로 2조2천억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돼 내년 예산편성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 대부분의 공사구간에서 인부확보율이 70%선에 머물고 있는 데다 인건비와 건설자재 가격도 20∼50%까지 상승, 공사진척을 어렵게 하고 있다.
실제로 공사장 일반 잡부임금이 지난해 말 일당 2만원선 이었으나 현재는 3만5천∼4만원에 이르고 있으며 콘크리트 제품은 직경 6백mm가 2·5m길이의 흄관이 지난해 8월 4만원에서 5만4천원으로 폭등했다. 더구나 레미콘 등 대부분의 콘크리트 자재 공급률이 필요량의20%에 그치고 있어 최소한 1∼2년의 공기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공사현장 관계자들의 얘기다.
설계문제=외곽순환 도로의 경우 대부분 구간이 왕복 8차선으로 돼 있으나 지난해 완공된 외곽순환도로 판교∼구리구간과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구리∼퇴계원구간은 왕복 4차선으로 돼있어 준공 후 병목현상을 초래, 순환 고속도로로서의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건설부는 이에 대해『외부순환도로가 계획되기 4년 전 85년 수도권 북부지구 교통난해소를 위해 구리∼퇴계원도로 건설을 입안, 86년 설계에 들어갔다가 뒤늦게 외부순환도로일부구간으로 편입되는 바람에 전체구간과의 노폭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설계 단계에서 충분한 재고의 시간이 있었는데도 이를 무시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1월말 부분 개통된 상계동∼용비교간(14·2km) 도로는 중랑천 고수부지를 덧 씩우는 식으로 시공하는 바람에 도로의 높이가 둑보다 낮아 시간당 50mm이상의 비만 내려도 전체도로가 침수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고가도로의 대부분이 하천위로 설계돼 있어 홍수 때 교각이 물의 흐름을 방해, 주변에 큰 피해를 낼 가능성도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한강 교량과 만나는 지점에 대부분 인터체인지가 설치돼 한강교량에서의 병목현상을 부채질 할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형규·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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