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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의 힘! 56명 중 23명 당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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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무소속 돌풍이 불었다. 4.25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하면서다. 모두 56명을 뽑는 가운데 23명이 무소속이다. 22명을 당선시킨 한나라당보다 많다. 작은 도시 시장.군수.구청장을 뽑는 기초단체장 선거만 보면 선거구 6곳 중 5개 지역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승리했다.

역대 재.보선에서 무소속 후보 진출 비율이 가장 높은 선거로 기록될 것 같다. 특히 한나라당의 텃밭인 서울 양천구청장 선거에서 무소속 추재엽 후보가 한나라당 오경훈 후보를 꺾었다. 추 후보는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이었으나 지난해 5.31 지방선거 때 이 지역 의원이자 당 대선주자인 원희룡 최고위원이 공천 과정에서 영향을 미치는 바람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떨어진 경험이 있다.

그러나 당선된 구청장이 검정고시 대리시험을 치르게 한 혐의로 물러남에 따라 이번 보궐선거가 치러졌는데 추 후보가 다시 당선한 것이다. 추 후보로선 한나라당과 원 최고위원에 대한 설욕전인 셈이다. 득표율도 51%를 넘겼다. 완승이었다. 경북 봉화군수 선거에서도 무소속 엄태항 후보가 한나라당 우종철 후보를 눌렀다.

무소속의 약진은 열린우리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가운데 반(反)한나라당 정서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면서 '정권 심판론'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는 점도 한나라당 패배를 부채질했다.

한나라당 전여옥 최고위원은 25일 "심판을 받아야 할 열린우리당이 뒤로 숨어버리는 바람에 반노무현 정서로 반사이익을 누려왔던 한나라당을 찍을 이유가 사라진 것이 이번 선거 결과"라고 분석했다.

무소속 약진은 한나라당 스스로가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 이번 재.보선 공천 과정에서 돈이 오간 사실이 밝혀졌는가 하면 한나라당 후보 측이 돈으로 다른 후보 출마를 막으려 한 사건까지 적발됐다. 게다가 당 '정치관계법 정비특위'는 촛불시위 금지 등을 포함한 '황당 법안 시리즈'를 내 여론의 빈축을 샀다.

숭실대 강원택(정치학) 교수는 "재.보궐 선거는 정권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한데 이번 선거에선 노 대통령이 쟁점의 중간에 서지 않은 데다 돈 공천 파문, 황당한 정치 관계법 발표 등의 악재가 한나라당을 외면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여론 조사를 보면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는 여권에 대한 반사이익일 뿐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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