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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원 개발 열 올리는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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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이 해외 자원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중국 노동자들이 테러.납치 등 강력 사건의 표적이 되고 있다. 특히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비롯한 지도자들이 활발하게 자원 외교를 펼쳐온 아프리카의 수단.나이지리아 등지에서 최근 희생자가 빈발하고 있다.

중국이 자원 개발과 관련된 각종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추진하면서 자국 기업들을 대거 진출시킨 이라크.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팔레스타인.시리아 등지에서도 피해가 잦다.

◆ 중국인이 테러.납치 표적으로=중국 허난(河南)성에 본사를 둔 중원(中原)유전의 에티오피아 동부 유전 개발 현장에서 24일 무장 괴한 200여 명의 습격 사건이 발생했다.

신화(新華)통신은 이 공격으로 오가덴 유전에서 작업 중이던 중국인 노동자 9명과 현지인 등 모두 70여 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무장 괴한들은 중국인 노동자 7명을 납치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에티오피아 총리실 대변인은 "이번 습격 사건의 배후에는 반군 단체인 오가덴 민족해방전선(ONLF)이 있다"고 밝혔다.

ONLF는 이 지역에 소말리아의 민족 독립국가를 건설하겠다고 주장해 온 반군 단체로 외국 자본과 에티오피아 정부의 유전 개발에 반대한다며 공격 위협을 계속해 왔다. 사건과 관련해 ONLF는 "400명의 에티오피아 군인에게 타격을 가하고 원유 개발 시설을 완전 파괴했다"고 인터넷을 통해 주장했다. 이번 참사는 중국 당 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중국 정치협상회의 주석이 자원 외교 차원에서 가나.짐바브웨.케냐.튀니지 등 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하는 중에 발생했다.

최근 몇 년간 아프리카에서는 중국인을 겨냥한 테러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1월에는 중국이 에너지 자원 개발을 위해 30억 달러를 투자한 나이지리아에서 중국 석유 노동자 2명 등 9명이 납치됐다.

◆ 과도한 자원 개발 경쟁이 화근=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중국이 해외 자원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2004년 이후 해외 자원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된 중국 노동자의 희생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동의 정정이 계속 불안정하자 중동산 원유의 수입 비중을 낮추기 위해 고심해 왔다. 중국은 그 대안으로 아프리카.중앙아시아 등지로 수입선 다변화를 꾀했고, 최근 몇 년간 아프리카 자원 외교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자원 확보에만 치중한 나머지 종족 분쟁 등 현지의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아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단의 다르푸르다. 중국은 원유가 풍부한 이곳의 개발 이권을 따내기 위해 20여만 명이 학살된 다르푸르 사태의 배후 지원자인 수단 정부를 적극 후원했다. 이로 인해 일부 국가가 베이징(北京) 올림픽 보이콧을 거론하는 등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을 샀다.

종족 분쟁과 석유 개발 이권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나이지리아에서도 자원을 빼 가는 중국에 대한 현지 소수민족들의 감정이 극도로 나빠져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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