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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공연장 순례] 도르트문트 콘체르트하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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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이탈리아는 홈팀 독일과 싸워 연장전 끝에 2대 0으로 승리를 거뒀다. '아주리 군단'과 '전차 군단'이 맞붙은 곳은 도르트문트 베스트팔렌 슈타디온. 1909년 창단돼 오랜 전통과 실력을 자랑하는, 분데스리가의 강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홈 경기장이다. 보루시아는 프로이센의 라틴어 표기다. 이 팀은 1995년과 96년 분데스리가 연속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97년 유럽 챔피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인구 60만명으로 베스트팔렌 주의 최대 도시인 도르트문트의 자랑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팀 말고도 또 하나 있다. 2002년 9월 13일 도르트문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문을 연 도르트문트 콘체르트하우스다.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콘서트 홀이 도심 한복판에 들어선 것이다. 첫 곡으로 애런 코플랜드의'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만큼 잘 어울리는 작품이 있었을까. 도르트문트 필하모닉은 창단 115년만에 전용 심포니 홀에 입주했다.

심포니 전용홀 건립 추진을 위한 시민단체인'도르트문트 문화기부'가 출범한 것은 1992년. 문신 가게, 섹스숍과 도박장으로 빼곡했던 브뤼크 거리(Bruckstrassenviertel)에 건물 부지를 마련했다.

1978년 학생 시위대가 골목을 가득 메웠던 독일 도르트문트 브뤼크 거리는 몇년전까지만 해도 시민들의 기피 대상이었다. 한때 인파가 붐비던 도심 거리가 마약과 폭력이 판을 치는 사창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금 성인이 된 도르트문트 시민들은 어릴 때 부모에게 '해가 지면 브뤼크 거리엔 절대 가지 말라'는 얘기를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문화기부'는 시의 도심 재개발 프로젝트에 문화시설에 대한 투자를 포함할 것을 요구했으며 공청회를 열어 시 당국을 압박하는 여론을 조성했다. 결국 시 당국이 공공 예산을 편성했다. 시민사회도 함께 자선 음악회와 모금으로 기금을 조성해 콘서트홀 건립 계획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도르트문트 도심 재개발의 신호탄

원래는 영화관과 인근 건물을 개조해 콘서트홀로 쓰려고 했으나 폭파하고 새로 짓는 편이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했다. 도심의 짜투리 땅에 지은 것이라 번듯한 앞마당이나 광장이 따로 없다. 골목에서 문을 열먼 바로 콘서트홀 로비가 나온다.

2002년 9월 문을 연 도르트문트 콘체르트하우스는 도심 재개발의 신호탄이었다. 덕분에 문신을 새겨주는 곳과 섹스숍이 하나 둘씩 사라졌고 골목 건너편 패스트푸드점 자리엔 스페인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 보석 가게, 패션 스토어 등이 차례로 들어섰다. 콘서트홀은 IT.소프트웨어.금융 산업에 종사하는 고급 인력들을 끌어들이는 '문화적 미끼'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도르트문트에는 전통적으로 석탄과 철광석이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철강업이 발달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공습으로 구 도심의 95%와 주거지의 60%가 파괴되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제철소와 매주 공장을 발판으로 재도약을 시도했으나 그마저 1960년대를 정점으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도르트문트 시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의 자문을 받아 소프트웨어.IT.물류.금융업을 차세대 역점 사업으로 정했다. 1904년에 문을 연 졸레른 탄광 II/IV은 광업 박물관으로 바뀌었다. 도르트문트는 베를린.함부르크.프랑크푸르트에 이어 독일 5위의 쇼핑 타운이다. 100㎞ 떨어진 곳에서도 도르트문트로 쇼핑하러 온다. 이 과정에서 함께 추진된 도르트문트 콘체르트하우스 건립은 도심의 슬럼가에 드리워진 과거의 어두웠던 이미지를 걷어내고 걷기 좋은 거리를 만들기 위한 포석이다. '문화 플러스 프로젝트 도르트문트'(Kultur+ Projekte Dortmund)'의 일환이다.

도르트문트 콘체르트하우스는 도르트문트 시가 4900만 유로(약 540억원)의 건축비를 댔다. 연간 390만 유로(약 51억원)의 운영비는 민간 부문의 지원을 받는다. 객석수는 1550석. 독주회.실내악 공연에선 칸막이 커튼을 내려 900석으로 줄일 수도 있다. 기업 설명회나 국제회의도 열린다. 도심의 주변 소음을 차단하기 이해 40㎝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로 외벽을 시공했다. 높이 25m의 무대 위 천장에는 12개의 음향반사판이 달려 있다. 공연 장르에 따라 높낮이를 달리해 잔향시간을 조절한다. 28개 조각으로 된 무대 바닥의 높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컴퓨터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무대 정면에는 파이프 3천5백65개짜리 콘서트 오르간이 눈길을 끈다. 도르트문트 상공회의소가 설립한 도르트 문화재단이 92만 유로(약 12억원)의 제작비를 내놓았다.

로비 곳곳에 음악가의 초상화

로비를 종일 개방해 시민들이 낮시간에도 커피를 마시면서 CD가게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명지휘자들의 초상으로 벽면을 가득 메운 지하 레스토랑(120석)은 아침부터 밤늦도록 문을 연다. 무료 로비 음악회, 합창 강좌 프로그램도 인기다. 커피와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4층 규모의 로비는 도르트문트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자리잡았다.

콘체르트하우스 곳곳에는 회화와 조각 작품이 전시돼 보는 즐거움도 더해준다. 모두 기업이나 개인이 기부한 돈으로 구입했이다. 미술 작품 구입비에만 43만 3000 유로(약 5700만원)이 들었다.

로비에는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레온스카야, 지휘자 켄트 나가노, 작곡가 마티아스 핀처 등 도르트문트 콘체르트하우스의'상주 아티스트'의 모습을 담은 228×165㎠ 짜리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다. 이와 함께 서커스 론칼리의 매니저이자 '론칼리스 사계'쇼의 제작자인 베른하르트 파울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에센 출신으로 쾰른에 살고 있는 화가 올리버 요르단(Oliver Jordan, 1958~)의 작품이다.

로비 2층에는 구스타프 말러, 아놀드 쇤베르크,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등 작곡가 3명을 그린 각각 72㎡짜리 초상화 3점이 나란히 걸려 있다. 역시 올리버 요르단의 작품이다.

로비 곳곳에는 최대 길이 30m짜리 대형 사진이 걸려 있다. 쾰른에 거주하는 사진 작가 빔(Wim Cox) 와 아들 모리스 콕스가 찍은 도르트문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초상화다.

도르트문트 시내 곳곳에는 날개 달린 코뿔소(rhinoceros) 조각이 있는데 도르트문트 콘체르트하우스도 예외는 아니다. 높이 1.8m짜리 철제 조각이 바깥 테라스에, 이보다 좀 작은 크기의 코뿔소 조각이 안쪽에 있다. 슈테판 발켄홀(Stephen Balkenhol, 1957~)의 작품이다.

건물 계단은 물론 바깥 외벽에도 LED(반도체 조명)을 설치해 멋진 야경을 연출해낸다. 건물 내에는 별도로 주차장이 없다. 콘체르트하우스에서 걸어서 4만 거리에 주차장 다섯 곳이 있다. 모두 1200대를 주차할 수 있다. 도심에 위치해 대중 교통이 편리한 게 장점이다.

◆공식 명칭: Konzerthaus Dortmund--Philharmonie fuer Westfalen

◆개관: 2002년 9월 13일

◆상주 단체: 도르트문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연간 40회 공연)

◆객석수: 1550석(입석 43석 포함), 리사이틀홀 510석

◆파이프오르간: 필립 클라이스

◆상주단체: Dortmunder Philharmoniker, 합창 아카데미, 국제 슈베르트 피아노 콩쿠르

◆건축비: 4830만 유로

◆건축가: 슈뢰더 슐테-라드벡 스트로스만 Schroder Schulte-Ladbeck Strothmann

◆음향 컨설팅: 브리기트 그라너(Brigitte Graner)

◆부대 시설: 레스토랑'스트라빈스키', 음반 매장'악티비시모', 지하 아울렛 매장, 여행사

◆주소: 21 Bruckstrasse, 44135 Dortmund, Germany

◆전화: 0185-44-80-44

◆교통: U42, U46 Reinoldikirche 역에서 걸어서 3분, U41, U45, U47, U49 Kampstrasse 역에서 걸어서 3분, DB 도르트문트 중앙역에서 걸어서 7분, S4 도르트문트 시청 역에서 걸어서 3분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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