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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영화 『똑바로 살아라』|미 흑인 폭동 예견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국내에서는 개봉되지 않고 비디오로만 나와 있는 미국 영화 『똑바로 살아라 (Do The Right Thing)』는 현재 LA에서 벌어지고 있는 흑인 폭동의 원인과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모순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30대 젊은 천재 감독으로 흑인 영화의 도전적인 힘을 보여주고 있는 스파이크 리가 감독·각본·주연한 이 영화는 밑바닥 인생에서 원초적인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흑인들의 심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할렘가를 무대로 한 이 영화에서 특히 흑인들의 분노의 표적이 이탈리아계 백인의 피자점과 한국인의 슈퍼마킷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끈다. 또 LA에서 한국인 상점들이 습격 당하고 있는 원인을 살피게 해주고 있다.
흑인의 대표적인 운동 음악으로 알려진 랩 음악 『권력을 파괴하라 (Break The Power)』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미국 사회에서 오래 전부터 누적되어온 흑인들의 불만과 백인들의 이기심을 말로 설명할 필요 없이 눈으로 확인하게 하고 있다.
미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악순환을 거듭하는 흑인들의 근본적인 한계와 흑인 청소년들의 무모하고 비지성적인 폭력 등을 그대로 표현하면서도 미국사회가 그러한 모순구조를 해결하지 못하면 몰락하고야 말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백인들이 기득권을 장악하고있고 한국인 등 유색 인종이 경제권을 잠식해 들어가는 것을 피자점과 슈퍼마킷이라는 상징물로 드러내는 이 작품은 흑인 문제의 충격과 인종적 모순을 아프게 시사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인 이민들이 미국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해야할 노력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준다.
영화가 클라이맥스에 도달하면서 한국인 슈퍼마킷을 공격하고 백인 피자점을 파괴하는 장면은 3년 전에 이미 스파이크 리 등 의식 있는 흑인들이 LA사태를 예견하고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말썽부리는 흑인 청년을 백인 경찰이 체포해가다 경찰봉으로 숨지게 함으로써 폭동이 촉발되는 장면도 이번 사태와 매우 흡사하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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