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의협의 추악한 돈 로비에 놀아난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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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금품 로비를 해왔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강원도 의사회 총회에서 장동익 회장이 스스로 털어놓은 불법 로비 실태는 충격적이다. 그는 "의원 3명에게 매달 200만원씩 600만원을 쓰고 있다"고 했다. 또 "모 의원이 (의사들에게 유리한) 연말정산 대체법을 만들기로 했다. 그 사람이 맨입에 하겠나. 연말정산 때문에 1000만원을 현찰로 줬다"며 로비 행각의 일단을 밝혔다.

의협은 의원 보좌관과 복지부 공무원 등도 전방위적인 돈 로비의 대상으로 삼았다. 장 회장은 "술을 먹여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 9명을 완전히 우리 사람으로 만들었다"면서 "복지부 사람들에게 골프 접대하고 거마비도 집어 줬다"고 했다. 추악한 돈 냄새에 기가 질리고 아득할 뿐이다.

이익단체인 의협이 의사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그 같은 노력이 법적 테두리 내에서 행해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1년에 4억~5억원을 떡값으로 쓰고 일부는 영수증 처리도 할 수 없는 뒷돈으로 사용하며 향응까지 제공한 것은 처벌받아 마땅한 불법행위다.

로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의원은 의사에게 유리한 연말정산 대체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의사들이 전면 투쟁에 나섰던 의료법 전면개정안은 시간이 갈수록 의사들의 요구만 더 반영됐다. 의협의 로비 약발이 강하게 먹혀들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파문이 일자 장 회장은 "로비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의원들 또한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가 있겠는가. 복지부 공무원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의혹에 대해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사실관계를 밝혀내야 한다. 검찰의 한 점 의혹 없는 수사를 촉구한다. 로비로 통과된 관련법에 대해서도 재검증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