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터치] 다시 불거진 관객수 '뻥튀기기'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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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극장 관객수 부풀리기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논란의 당사자는 지난 5일 나란히 개봉한 '낭만자객'(감독 윤제균)과 외화 '러브 액추얼리'다. 배급사별로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러브 액추얼리'는 6, 7일 이틀간 서울에서 8만5천명을, '낭만자객'은 8만1천명을 동원해 '올드보이'에 이어 2,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 자료를 인용한 일부 언론의 보도에 '낭만자객'의 제작사 두사부필름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두사부필름은 "우리가 자체적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러브 액추얼리'의 6, 7일 서울 관객수는 7만4천여명"이라며 "'러브 액추얼리'의 배급사인 UIP 코리아가 관객수를 1만명 넘게 부풀리는 바람에 순위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물론 UIP는 이를 부인했다.

'또 숫자 가지고 싸우나'싶을 정도로 관객 수를 둘러싼 입씨름은 자주 벌어진다. 최근만 해도 지난해 말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과 '반지의 제왕2'를 시발로 올초 '캐치 미 이프 유 캔''영웅''이중간첩'이, 추석 때는 '캐리비안의 해적''조폭 마누라2'가 서로 자신이 1등이라고 다툼을 벌였다. 최대 피해자는 당연히 관객이다. 영화마다 자체적으로 집계한 수치를 가지고 서로 1등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니 관객들은 선택에 헷갈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막말로 다소 부풀리겠다고 마음 먹으면 못할 것도 없다. 이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늘 통합전산망이 대안으로 등장하지만 그나마 주요 대형 극장들의 비협조로 전면적인 시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에 영화계와 관객 간의 신뢰는 점점 무너져가고 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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