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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CIS 경제발전 세미나<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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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의 경제발전과 독립국가연합(CIS)의 경제개혁」에 관한 한­CIS 공동심포지엄이 이틀간 예정으로 서울대에서 열렸다. 한국발전연구원(이사장 안무혁)과 러시아아카데미산하 경제연구소가 공동참여한 이번 심포지엄은 시장경제전환을 꾀하고 있는 CIS에 한국의 경제발전경험을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는가를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모임의 6개 토의주제 가운데 ICS측 S V피로고프 러시아경제연구소 부소장의 「러시아경제개혁의 현황과 전망」과 한국측 송병낙 서울대교수(경제학)의 「한국및 동아시아발전 모델과 러시아경제에의 적용」 주제발표 내용을 간추린다.<편집자주>
◎동아시아모델,러시아 적용 송병낙교수/민영기업 적극육성 소비재산업에 눈돌려야
하버드대 퍼킨스 교수등 외국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한국등 동아시아국가들이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룬 원동력으로 다음과 같이 대략 여섯가지를 꼽을수 있다.
▲성장·공업·대외지향적 전략을 구사했다 ▲노사 또는 정부·기업간에 공동체라는 유교적 자본주의 인식이 강했다 ▲유능한 경제관료가 안정적인 경제정책을 폈다 ▲높은 교육열과 저축성향덕에 인적·물적자원의 축적이 빨랐다 ▲교육기회균등·2중곡가제·생필품가격억제 등 비교적 형평을 강제하는 성장정책을 폈다 ▲기업집단형성·종합상사제도등 동아시아 특유의 조직과 기구가 주효했다.
이같은 특성들이 동아시아경제성공의 원동력이라 하더라도 그대로 CIS경제발전이론으로 삼을 수는 없다. 예를 들면 국내시장이 협소했고 수출이 최우선이어서 경제개발 초기단계부터 대외지향적 전략을 펼수 밖에 없었던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CIS의 경우 국내소비재 부족해결이 급선무인데다 방대한 자체시장을 갖고 있어 대외지향성장은 가능하지도,필요치도 않다.
그러나 한국등 동아시아의 경제적 성공은 여러면에서 배울 점이 있다.
우선 시장경제의 대전제인 재산의 사유화와 관련,국가자본을 되도록 많은 개인이 나누어 갖는 것이 개혁초기의 급선무다. 구체적 소유형태는 자본을 개인,또는 연금공단이 소유하는 미국식과 기업집단이 소유하는 한국식의 절충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업조직은 한국식 기업집단과 미국식 개인기업이 혼재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며 대만식 중소기업형 경제는 초기기업 형성단계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현재 방대한 공기업조직에 의존하고 있는 CIS 경제는 통신·전력 등 사회간접자본 부문을 제외하면 민영기업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시급하다.
소비재공업이 무엇보다 급하기 때문에 개발초기에는 우선 정부가 공기업을 통해 이를 정책적으로 육성한다 하더라도 단계적으로 하루빨리 민영화하는 것이 좋다.
개발 초기의 정부 역할은 중요하다. CIS는 현단계로선 선진국형인 「작은정부」 지향보다는 한국정부가 경제개발과정에서 줄곧 지속해온 강한정부를 견지,잘하는 기업을 보다 북돋우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CIS는 자연과학·예술 등의 지식축적은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시장경제관련 전문가는 거의 전무한 만큼 모스크바등 대도시에 「기업인큐베이터지구」 설치등을 통해 기업가나 산업정책 입안인력등을 시급히양성해야 한다.
경제개발 초기에 겪게 마련인 인플레나 빈부의 격차 등은 미국식 금융정책보다는 한국·일본 등의 산업정책차원의 해결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올바르다.
◎러경제개혁 현황·전망 피로고프 부소장/외채상환에 허덕… 난관많아 개혁 앞날 불투명
러시아의 경제개혁추진은 정치·사회적 불안요인으로 위협받고 있다. 구소련 해체과정에서 중앙정부의 힘은 약화되고 러시아공화국마저도 여러 지방정부나 계층간의 갈등과 혼란으로 경제난이 더해가고 있다.
생산지표는 25개월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작년말 현재 사업장에서의 생산협상타결률은 25%에 불과한데다 많은 공장들이 원자재를 못구해 생산계획 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통화팽창 조절능력 불능에 따른 인플레와 외채 누적은 국내외에서 경제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최대의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경화의 80%를 외채상환에 쓸 정도로 대외부채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정부는 과거의 철저한 경제통제방식을 지양해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각 민간경제주체는 지시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동하는데 아직 익숙하지 않다.
산업시설에 대한 기술혁신은 답보상태일 뿐 아니라 기존 노후시설조차 원자재를 수입하지 못해 돌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다시말해 정부투자는 크게 줄었는데 민간부문에서 이 공백을 전혀 보전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경제위기가 생활수준은 물론 교육·과학·보건·문화 등 전반에 걸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빚고 있다.
경제개혁은 가격자유화와 활발한 대외개방이 양대 지주인데 이에 따른 과도기적 경제불안을 잠재우는 것이 개혁성공여부의 관건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조세제도와 철저한 신용제도를 도입하고 사기업화를 통한 철저한 이익관리에 의해 국제수지·재정적자를 줄이고 인플레를 잡는 것이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수요·공급원리에 따른 가격자유화는 이미 예상을 뛰어넘는 부작용을 낳고 실현 불가능해 보인다.
거시적인 안정화정책 또한 현실적으로 강력한 반발에 부닥칠 것이 예상된다. 예컨대 재정적자를 줄이는 대표적인 수단은 중장기투자계획이나 사회복지프로그램을 줄이는 수밖에 없는데 이는 생활수준을 현재 이하로 떨어뜨려 전국민적인 파업등 파국을 몰고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금결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민간부문에서 생산성에 따른 임금인상을 유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개혁이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개개인에게 전혀 이득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심리가 팽배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러시아 경제개혁의 전망은 현재로서 불투명할 뿐이고 이에 따라 새로운 개발전략이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있다.<홍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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