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2 회담 통해 해결하자"|일 하마다 타쿠지로 의원 주장|북한의 「핵 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일본 자민당 소속의 하마다 타쿠지로 의원은 북한의 핵 개발은 이른바 4+2 회담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최근 아시안 월스트리트지에 기고했다. 다음은 그 기고문의 요지. <편집자주>
매스게임은 끝났다. 참새 70만 마리를 잡아 그 깃털로 만든 이불도 증정됐다. 수많은 찬사와 함께 위대한 지도자의 80회 생일을 둘러싼 모든 축하 행사는 마침내 막을 내렸다. 이제 심각한 질문에 답해야할 시간이다. 북한은 왜 그렇게 완강한 고립의 장벽을 고집하려는 것으로 비칠까. 북한을 국제 사회의 협력과 생산적인 관계로 끌어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북한은 공산주의 몰락이라는 세계사적 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야말로 핵무기 개발이라고 믿고 있음에 틀림없다. 국외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비합리적인 전술이다. 한반도의 비핵 지대 화에 대한 평양의 관심이 정당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북한의 핵 개발 전략은 그같은 이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북한이 핵 보유 노력을 고집하는데는 하나의 비틀린 논리가 있다. 북한의 제1 경쟁자 남한은 지난 30년간 꾸준히 경제적 우위를 확대, 이제 1인당 GNP에서 북한보다 10배나 많다. 평양 측은 남한의 이 같은 경제적 우위가 군사적 우위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핵무기야말로 남북한의 불균형을 값싸고 신속하게 시정해줄 수 있을 것이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약소국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보다 큰 나라들의 주의를 환기할 수 있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외교적 고립과 중앙 계획 경제의 실패를 감안할 때 핵은 어떤 안보 협상에서도 북한의 발언권을 높여줄 유일한 수단일 것이다.
김일성 정권의 유지에는 군부의 지지가 결정적이다. 핵무기의 획득은 이 중요 집단의 권위도 높여줄 것이다.
지난해 유엔에 가입한 이래 북한은 남한·일본 및 여러 나라들에 우호 또는 적대적인 제안을 거듭하는 종잡을 수 없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 2보 전진 1보 후퇴의 외교적 행보야말로 전형적인 지연 전술의 하나다. 그리고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결정적인 핵 폭탄 부품 개발이 누가 생각한 것보다 가까워졌기 때문이라고 최근 미 의회 증언에서 로버트 케이츠 CIA 국장이 설명했다. 의심 많은 사람은 김일성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안전하게 숨길 수 있게 됐을 때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사찰을 허용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우선 군사적 기습 공격이 하나의 가능성으로 떠오르지만 그다지 훌륭한 생각이라고 할 수 없다. 아마도 영변 핵 시설이 공격 목표가 되겠지만 걸프전의 경험에서 보듯 잘 보호된 무기 공장을 없앤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미국이 그 공격을 주도한다고 가정하면 아마도 중국·러시아로부터도 부정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만약 일본 주둔 미군이 작전에 참가할 경우 1백만명에 가까운 재일 한국인의 반발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대응이다. 북한은 남한에 보복 공격을 감행할 것이고, 민간인 밀집 지역의 인명 피해도 막대할 게 뻔하다.
차라리 북한을 국제 사회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는 일본이 한반도 안보를 주제로 한 4+2 회담을 주최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안보에 직접적인 이해를 갖고 있는 일본·러시아·중국·미국이 남북한을 대화의 탁자에 끌어내야 한다.
이 회담의 첫번째 목표는 이웃 나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북한에도 큰 이득이 된다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다. 회담의 내용은 핵 확산 금지 조약 준수와 한반도의 비핵화를 포함하는 동북아 군축의 틀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한다.
경제 협력 역시 4+2 회담의 주요 의제다. 이미 일본·중국·러시아·남북한은 대규모 경제 개발 노력인 두만강 프로젝트를 논의하기 위해 91년 7월과 10월 한자리에 모인 적이 있다. 일본은 이 3백억 달러짜리 프로젝트가 일본 해의 경제적 잠재력을 개발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생각,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있다. 요컨대 일본은 이 프로젝트를 출범시키기에 충분한 자금 제공을 약속하면서 최초의 4+2 회담에 참석할 준비가 돼있음에 틀림없다.
북한은 이 프로젝트의 첫번째 수혜자가 될 것이다. 나진항이 재건설되고 선봉에도 새로운 항구가 들어서게 된다. 보다 중요한 점은 이 지역 국제교 역에 통합될 수 있는 길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핵무기 보유는 평양의 고립과 국제 사회의 불신만 조장할 뿐이다. 지금은 북한이 아시아의 이웃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깨달아야할 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