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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낮이나 밤이나 떨고있다(성범죄 세계3위 이대로좋은가: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신고율 2%… “안당하면 다행”/죄의식 약한 10대가 더 무서워/어린이도 피해… 「상상초월한 범행」급증
한국은 성범죄의 왕국인가.
우리나라 강간범죄 발생률이 세계 20개 주요국가중 세번째라는 인터폴의 최근 조사결과는 막연히 『성범죄만큼은 우리가 구미 각국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만 생각해오던 사회일반의 인식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며 성범죄 근절을 위해 범국민적 차원의 대책 수립이 시급함을 보여줘 큰 충격을 주고있다.
강간사건의 경우 신고율이 2%에 불과하다는 통계는 현실이 경찰당국의 수치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케한다. 인터폴의 집계방식엔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실제 우리사회의 성범죄는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을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이 눈에 띄게 늘고 기존의 가치관으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근친강간 사례마저 잇따를뿐 아니라 특히 청소년 성범죄는 80년대 들어서부터 다른 모든 범죄발생률을 앞서는 폭발적인 증가추세다. 검찰집계에 따르면 80년 연간 5천6백14건이던 강간범죄가 89년엔 6천4백75건,90년엔 7천3백22건으로 늘었고 그중 40% 이상이 20세 미만 10대들에 의해 저질러졌다.
서울경찰청이 91년 한햇동안 검거한 강간건수 9백34건중 17∼19세 사이의 청소년들이 저지른 강간만 2백9건이어서 30∼60세까지가 저지른 강간범죄를 모두 합한 것과 비슷할 정도였다.
이들 10대들의 성폭력은 무자비 하고 죄의식조차 희박한 것이 특징이다.
본드등 약물에 취한 환각상태에서 저지르거나 여러명이 1∼2명의 피해자를 윤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윤모군(17·S고2)등 고교동창 5명은 지난달 14일 서울 가리봉동 여자친구 김모양(18)의 자취방에서 본드를 함께 마시며 환각상태에 빠져 때마침 놀러운 최모양(16·S여고1)을 위협,차례로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조사 결과 윤군등은 친구 자취방 등을 돌며 본드등에 취해 보름사이 세차례나 여학생들을 성폭행 했지만 아무도 피해를 신고하지 않았다.
서울 대학로·여의도 고수부지 등에는 밤11시가 넘으면 요란한 굉음을 내며 갖가지 울긋불긋한 치장을 한 오토바이를 탄 10대들이 몰려온다. 이른바 「폭주족」이다.
이들은 술에 취해있거나 집에 들어가지 않고 방황하는 비슷한 또래의 10대 소녀들을 즉석에서 「헌팅」,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인적이 뜸한 곳으로 끌고가 아무렇지도 않게 「일」을 해치우며 다음날 버젓이 오토바이를 끌고 같은 장소에 나타나 「먹이」를 고른다.
육체적인 성장에 비해 정신적인 자제력이 뒤따르지 못하는 사춘기 10대들의 분별없는 충동범죄 말고도 「설마 그런사람이」할만한 연령·신분의 성인들까지 갖가지 형태의 성범죄에 쉽게 빠져들고 그 전후과정에서 변태·파렴치의 극한을 드러내는 사례가 너무 많이 나타나고 있다.
과연 언제까지 이런상황을 방치해둘 것인가. 성범죄 피해자는 바로 우리의 「아내·딸」인 여성이라는 점에서 성윤리의 파탄상황과 한계를 모르는 성범죄의 홍수사태는 이제 특별한 처방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 여론이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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