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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잃은 중기/「제2의 창업」 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섬유등서 고부가 업종 찾아 돌파구/작년이후 2백여개 업체가 탈바꿈
경쟁력을 상실한 노동집약 중소기업들이 업종이나 품목을 바꾸는등 살아남기 위한 「제2의 창업」이 올들어 부쩍 늘고있다.
고임금과 인력난에다 값싼 중국산·동남아산 수입품에 밀려 시장을 잃은 이른바 한계기업들 사이에 기술위주의 고부가가치상품·업종으로 바꾸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포이동의 정오반도체는 최근까지 정오상사라는 상호로 숙녀복을 만들어 코오롱에 납품해 왔으나 최근 반도체 생산으로 업종전환키로 하고 전등·가전제품 등에 쓰이는 반도체 생산공장을 별도로 마련했다.
이회사 정구영 사장은 『의류만으로는 한계에 부닥쳐 고부가가치업종인 반도체산업에 뛰어들게 됐다』며 『당분간은 의류와 반도체를 병행한뒤 2년뒤 완전히 반도체로 전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종을 완전히 바꾸는 것외에도 스피커 부품생산에서 주파수 수신조절장치 생산으로 바꾼 성원전자나,주물소재생산에서 완제품인 석유화학공장용 밸브생산으로 돌아선 (주)진광등과 같이 고부가가치 품종으로 전환한 기업들도 많다.
중소기업의 업종전환을 자금지원하고 있는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백61개의 업체가 업종전환을 했으며 올해는 지난 3월말까지 섬유등 노동집약업체 62개 업체가 업종전환을 추진해 작년보다 부쩍 늘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송철수 사업전환과장은 『섬유등 노동집약업종은 인건비 상승등으로 경쟁력을 잃어 전자등 기술위주의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바꿀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종전환은 최근 중소기업계의 경영환경이 다소 나아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계업종의 경영실태는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한계업종을 중심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소기협중앙회가 지난 14일 전국 2만1천여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발표한 「2월중 조업실태」에 따르면 정상조업비율이 85.1%로 지난 1월의 84.8%보다 0.3%포인트 높았고 휴업체수는 10개가 새로 생겼지만 59개 휴업체가 조업을 재개해 전반적인 중소기업계의 경영환경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섬유·의복 등 특정업종에서 문을 닫은 업체가 많아 지난 2월에만 전달보다 25개 는 45개업체가 문을 닫았고 2월말까지 휴업체 1백98개중에서는 섬유·의류업종이 94개여서 한계업종의 경영환경은 나빠졌다.
김정수 기협조사부장은 이에 대해 『중소기업들이 판매부진과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가운데서도 특히 한계기업들은 경쟁력을 상실했고 업계 스스로 구조조정기를 맞고있다』고 분석했다.
업종전환은 「부도난」에 휩쓸리고 있는 한계업종 중소기업들에 돌파구가 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2년전부터 셔츠를 생산하다 2년전 야금분말을 이용한 기계부품생산으로 업종전환을 시도,지난해 셔츠와 기계부품을 3대 7 비율로 생산한 화남산업진흥측은 『지난해 셔츠의 매출액이 20억원 줄었지만 기계부품이 90년보다 4배 는 20억원어치가 팔려 경영난을 덜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종전환은 한꺼번에 많은 시설자금이 들어가고 새로운 시장진출에 따른 위험이 많은 것이 사실이어서 정확한 시장분석·업종선택과 분수에 맞는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충고하고 있다.<오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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