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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련을 극복해낼 것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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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던 미국 버지니아공대가 서서히 평온을 찾아가고 있다. 블랙스버그 캠퍼스 잔디밭에서 21일 한 여학생이 미식축구공을 힘차게 차고 있다.[블랙스버그 AP=연합뉴스]

버지니아공대 총격 사건 발생 6일째인 21일(현지시간) 미국과 한인사회는 충격을 딛고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특히 비극의 현장인 버지니아공대는 월요일인 23일부터 수업을 재개하기로 하는 등 아픔을 가슴에 묻고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우리는 극복할 것=대학 당국은 이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23일 오전 '침묵 추도식'을 한 뒤 수업을 재개하기로 했다"면서 "수업 첫날에는 학생들과 이번 사건과 남은 학사일정을 논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23일 오전 교내 운동장인 드릴 필드(Drill Field)에서 교수.재학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행사를 열기로 했다. 이 행사는 희생자 32명의 명복을 기리는 뜻에서 대학 본관인 버러스홀 타워에서 타종 32회와 함께 학교 상징색인 적갈색과 오렌지색 풍선 1000개를 날릴 예정이다. 찰스 스티거 총장은 별도 메시지를 통해 "지금은 학교의 미래를 위해 치유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이 대학 웹사이트는 영문과 교수이자 시인인 니키 지오바니(64)의 시 '우리는 시련을 극복할 것(We will prevail)'이라는 글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1일 밤 열린 연례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서 우스꽝스런 행동과 말로 참석자들의 폭소를 유발하던 관례를 벗어나 '엄숙함'을 유지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모인 언론인들에게 "당초 나는 오늘 코믹한 모습을 보이려 했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주 발생한 버지니아공대 참사를 감안해 계획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그 대신 부시 대통령은 닉슨 전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의 성대모사로 유명한 리치 리틀에게 '만찬장 폭소' 임무를 맡겼다. 앞서 부시 대통령은 20일 특별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 학생이 무고한 32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유를 모르고 있으며, 다만 그가 심한 정서적 장애에 빠져 있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라며 이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지시한 바 있다.

◆ 1.5세와 마음의 대화 필요=21일 버지니아 일대 한인 상가들은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총격 사건의 범인 조승희의 집이 있는 페어팩스의 센터빌에서도 이틀째 한인 수퍼마켓인 그랜드마트의 '영광군 친환경 농산물전'이 성황리에 열리고 있었다. 정용진 그랜드마트 관리담당 이사는 "불안하지 않으냐며 한국에서 계속 전화가 오는데 정말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한인 수퍼마켓인 한아름마트의 계승범 총괄이사는 "손님들이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면서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은 위축된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또 VOA(미국의 소리)방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주 교포들 사이에서 "한인 청소년들이 미국과 한국의 이질적인 문화와 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 사이에 쌓인 스트레스가 참극을 불러온 만큼 1.5세나 2세 청소년들과 마음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랙스버그.뉴욕=강찬호.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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