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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주도권 경쟁 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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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범여권 대선 후보 자리를 노리는 손학규(사진(左)) 전 경기지사와 정운찬(右) 전 서울대 총장의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으로 경쟁 관계에 돌입한 두 사람은 최근 들어 정치적 보폭을 넓히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상대방을 의식하며 명분 축적과 세력 만들기 행보에 나서는 두 사람을 보면서 여권에선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후보에 이은 또 다른 '빅2'의 흥행 몰이를 기대하는 눈치다.

◆ 평양 가는 손학규=지난달 19일 탈당 이후 한 달을 '자숙 기간'으로 간주해 공개 행보를 자제했던 손 전 지사가 정치적 동선을 확대하고 있다. 다음달 평양 방문을 추진하는 데 이어 21일엔 열린우리당 정대철 상임고문을 만나는 등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손 전 지사 측은 22일 "5월 초순 평양에서 손 전 지사와 남북의 학자.전문가들이 모여 '평화와 번영을 위한 남북 토론회'를 개최하는 방안에 북측과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20일 손 전 지사 측의 송태호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이사가 개성에서 북측 민족화해협의회 인사를 만났을 때 북측은 이종혁 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이 토론회 기조 연설을 하는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개성 접촉은 봉은사 주지인 명진 스님이 주선했다. 남북 종교계 교류에 적극 활동해온 명진 스님은 손 전 지사가 탈당 문제를 조언을 구했던 인사다. 손 전 지사의 평양 방문은 햇볕정책 지지 선언 후 한나라당 색채를 벗으면서 진보 진영의 세를 얻으려는 시도로 읽혀진다. 손 전 지사 측은 그러나 "방북을 놓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현 정부와의 교감은 없다"고 밝혔다.

손 전 지사는 다음달 10일을 전후해 시민단체와 정치권 인사들로 중도 세력 결집을 표방하는 선진평화연대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첫 단계로 이달 30일 김지하 시인 등 학계.문화예술계 인사들로 발기인 150명 안팎의 선진평화포럼(가칭)을 발족한다. 21일 오후 정대철 고문과 만나서도 손 전 지사는 중도 세력 결집론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손 전 지사의 측근과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 등이 범여권의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과 접촉하며 세 규합 중이다.

◆ 지지세력 띄우는 정운찬=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대선 주자로 염두에 둔 모임이 떴다. 정 전 총장이 정치 참여 선언을 하면 그를 도와 독자적인 정치 세력화를 추진하려는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5월 중순까지 16개 시.도 본부 결성, 6월 초 정책 중심 정당 창당이란 액션 플랜도 만들었다. 정 전 총장의 고향(공주)인 대전.충남에서다.

'새로운 정책정당 추진을 위한 대전.충남 본부(새정추)'는 22일 대전 리베라 호텔에서 대전.충남 지역의 정당인.시민단체 인사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정 결의대회를 열었다.

열린우리당 이창복 전 의원은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는 부분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에 대해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해결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대 유재일 교수는 "창조적 리더십, 통합적 리더십, 신뢰의 리더십을 만들어내기 위해 민주개혁과 평화 미래 세력의 연대가 이뤄져야 하고 새로운 정책 정당이 창당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추 관계자는 모임에 대해 "정 전 총장에게 중부권을 대표해 대선 주자로 나서 달라고 촉구하면서 정치 참여를 결정할 경우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날 대회에는 열린우리당 양승조 의원, 통합신당모임 박상돈 의원, 무소속 권선택 의원 등 지역 국회의원 등도 참석해 대선에서의 충청권 역할과 정 전 총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 전 총장 본인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정치권엔 정 전 총장의 지지 세력인 서울정책재단이 모임의 중심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채병건.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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