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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뮤지컬] 스타의 산실 … 배우에서 ★ 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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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홍경민.옥주현.김종서…. 이들의 공통점은 최근 모두 뮤지컬 무대에 섰던 연예인이라는 점이다. 뮤지컬이 대중화되면서 가수나 탤런트들이 뮤지컬 무대에 서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뮤지컬 배우들의 드라마.영화 진출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박해미(작은 사진(上))는 TV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추진력 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한의사로 출연한다. 시트콤이 방영되는 그 시간에 그녀는 또 다른 무대에 오른다. 바로 신혼부터 황혼에 이르기까지 부부 관계의 변화를 기록한 뮤지컬 '아이 두 아이 두'다. 박해미는 1984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마리아로 주목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후 지금까지 수많은 뮤지컬에 참여한 대표적인 중견 배우. 드라마 '하늘이시여'에서 밉살맞은 배득이로 나와 전국적인 스타로 거듭난 뒤 뮤지컬과 브라운관을 자유자재로 오가고 있다.

무대와 스크린을 넘나드는 조승우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 '신돈'의 원현 스님을 거쳐 '포도밭 그 사나이'에서 윤은혜와 호흡을 맞춘 오만석, '댄서의 순정'에서 멋진 춤솜씨를 과시한 박건형 또한 뮤지컬계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여기서 잠깐. 뮤지컬계에는 이미 거대한 뿌리를 내린 스타 사관학교가 있으니, 바로 지난해 3000회를 돌파한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다. 설경구.황정민(오른쪽 아래 작은 사진의 왼쪽) .조승우((左)) 등이 모두 이 작품을 거쳐갔다. 설경구는 '지하철 1호선'이 초연한 94년에 철수로, 황정민은 다음해인 95년에 문디 역으로 무대를 밟았다. 이들뿐이 아니다. 드라마 '마이 러브'에서 임태평 역으로 출연했던 장현성,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불운한 노총각 이두일, 영화 '타짜'에서 냉혹한 아귀 역의 김윤석 등도 지하철 1호선에 합승했던 배우다.

'지하철 1호선'이 다소 과거형이라면 최신 버전은 '그리스'다. 작품 성격상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빼어난 몸매에 꽃미남.꽃미녀과를 요구하기 때문일까. 줄줄이 연예계 콜을 받고 있다. 영화 '바람의 전설'에서 이성재에게 순진한 척 다가와 그를 몰락시킨 꽃뱀으로 등장했던 문정희를 비롯, 남자 주인공 대니로 출연했던 강지환.김산호 등이 모두 브라운관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재는 연예인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알고 보면 뮤지컬이 고향인 배우도 적지 않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하얀거탑'에서 사려 깊은 의사 최도영 역의 이선균은 2001년 뮤지컬 '록키 호러 쇼'에 출연했다. 그때도 너무나도 순진한 브래드를 능청스럽게 소화한 것을 보면, 이때부터 최도영의 그림자가 얼핏 보인 것은 아니었을까. 이때 발매된 공연 OST에는 이선균이 부른 노래가 있으니 팬들은 주목하시길.

영화 '바람 피기 좋은 날'에서 바람둥이 남자 역으로 출연한 이종혁 역시 뮤지컬이 출발점이다. 2001년 뮤지컬 '오! 해피 데이'로 공연예술제 남우신인상을 수상할 만큼 출발 때부터 주목받았다. 박건형과 함께 '토요일밤의 열기'에서 토니 역을 준비하다 영화에 캐스팅돼 한동안 뮤지컬 무대에 서지 않던 그는 지난해 '드라큘라'로 화려한 복귀를 했다.

이렇듯 뮤지컬 배우들이 영화나 방송 진출이 잦은 것은 연기와 노래 다방면에서 실력을 갖추고 있고 이미지가 신선하기 때문이다.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은 실력을 갖춘 새로운 인물에 늘 갈증을 느낀다. 뮤지컬 배우들은 아직 대중들에게 광범위하게 노출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무대를 통해 실력을 키워와 '깜짝 스타'라기보단 '준비된 스타'인 측면이 많다. 특히 노래.춤 실력이 필요한 캐릭터라면 캐스팅 0순위로 꼽힌다. 영화 '댄서의 순정'에서 신인이었던 박건형이 주연급으로 발탁된 것이나, '바람의 전설'에서 문정희가 주연급 배역을 꿰찰 수 있었던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연기력을 갖춘 중년의 배우를 확보하기에도 뮤지컬 장르는 블루 오션이다. 영화 '최강 로맨스'에서 엉뚱한 사회부 기자 오동숙을 연기한 전수경, '좋지 아니한가'에서 엄마 역으로 나오는 문희경 등을 들 수 있다. 신예와 중견을 가리지 않고 뮤지컬계에 잔뜩 촉각을 세운 영화.드라마 관계자들의 발걸음은 앞으로도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박병성('더 뮤지컬'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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