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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부대 유출 확인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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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 3년간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의 지하수를 오염시킨 등유가 어디서 흘러나왔는지 확인하는 데 결국 실패했다.

그러나 한.미 공동조사단은 등유가 용산 미군기지로부터 흘러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12일 서울시.환경부.주한미군은 녹사평역 인근 지하철 남쪽터널 유류오염에 대한 조사 결과와 관련, 전문가 협의를 완료하고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서 한.미 양측은 "용산기지 이외에서는 유류 징후가 발견되지 않은 데다 이 지역 지하수의 흐름 방향 등을 고려할 때 등유가 미군 용산기지로부터 녹사평역 터널로 흘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2001년 1월 녹사평역 내 지하맨홀과 집수정에서 유류성분이 발견된 뒤 진행된 양국 공동조사 및 협의과정에서 미군 측은 휘발유에 대해서는 용산기지 유류탱크에서 유출된 것임을 인정, 지난해 5월 보상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반면 등유 성분의 경우 한국 측 전문가들이 미군에서만 사용하는 항공유의 일종인 등유 'JP-8'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미군 측 전문가들은 'JP-8'의 특이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맞서왔다.

그러나 녹사평역을 사이에 두고 미군부대와 반대편에 위치한 북쪽 주거지역에 뚫은 관측정에서는 오염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등유 오염원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한.미 양측은 용산기지로부터 흘러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견을 모은 것이다.

한.미 양측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원회에서 이 같은 결과를 논의해 SOFA 규정에 따라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미군측이 휘발유 유출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고 휘발유와 등유 오염지역이 겹치기 때문에 미군측이 정화비용을 부담하는 문제와 관련된 추가 논란은 없을 전망이다.

현재 주한미군은 16억원의 예산을 들여 용산기지 내 정화조치를 거의 완료한 상태며 서울시는 농업기반공사에 의뢰해 내년 말까지 기지 외곽 지역에 대해 정화작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시는 그동안 지하수 오염도 조사 등에 투입된 금액 7억원과 복원.정화사업에 드는 비용 등 약 13억원의 복구비용을 SOFA 규정에 따라 미군 측에 청구할 방침이다.

강찬수.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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