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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지성] 난해한 '~이즘'을 쉽게 현대미술 길잡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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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백년은 미술사에서 '주의(主義)'의 시대였다. 20세기 현대미술은 이론에 크게 의존했고 새로운 이즘(ism)과 운동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론의 힘이 너무 세져 그림과 조각을 제압하고 이론가가 작가의 상전이자 스승으로 군림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론을 알지 못하면 작품 감상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생겼다.

2000년 5월 영국 런던에서 문을 연 현대미술관'테이트 모던'출판부가 펴낸 '현대미술운동총서'는 이렇게 현대미술에 다가가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는 일반 관람객들을 위해 나온 연작물이다. 19세기 말부터 현재까지 서양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여러 미술사조를 대표작과 함께 설명했다. 후기인상주의.큐비즘.표현주의.리얼리즘.모더니즘.추상미술.미래주의.초현실주의.팝 아트.미니멀리즘.개념미술.포스트모더니즘이 각기 80~90쪽 분량으로 간추려져 모습을 드러낸다.

미술관과 학교 등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술사학자와 평론가, 전시기획자가 중심이 된 필진은 각 사조의 전체 틀과 핵심을 가능한 한 쉽게, 쟁점 중심으로 써서 현대미술이 어떻게 흘러왔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예를 들어 한국 미술계에도 잘 알려진 평론가인 엘리너 하트니는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이 정의하기 어려운 '이즘'을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 방식이 간접적인 이미지에 근거한다는 사실"이라고 시작하며 "모더니즘의 통제할 수 없는 아들"이라고 푼다. 유학 시절 지은이에게 직접 강의를 들었던 번역자 이태호씨는 "하트니가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을 압축해 마치 이야기하는 것처럼 속도감있게 써내려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열화당은 1988년부터 5년여에 걸쳐 30권짜리 '20세기 미술운동총서'를 펴낸 경험을 살려 또 하나의 대중적인 현대미술 입문서를 꾸몄다. 겹치는 부분도 많지만 새 판본은 더 젊고 비판점이 뚜렷한 필자들 덕에 미술관 문턱 넘기를 망설이는 대중에게 편리한 안내서가 될 듯싶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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