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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암살 김창룡이 시켰다”/안두희씨 43년만에 범행배후 고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CIA 중령도 “살해” 암시/특무대 이송뒤 “특급 대우”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범인 안두희씨(76)가 범행 43년만에 김구 선생의 암살배후에는 당시 특무대장이었던 김창룡씨가 관련돼 있다고 폭로했다. 안씨는 또 범행에 앞서 김씨외에도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당시 미CIA 한국 담당자였던 미군 중령과 수차례 만나 김구 선생은 없어져야 한다는 언질을 받았다고 밝혔다.<관계기사 22면>
이같은 사실은 권중희씨(56·민족정기구현회 회장)등 3명이 12일 오전 11시쯤 인천시 신흥동 안씨의 집을 방문,8시간동안 면담하는 과정에서 안씨가 밝힌 내용을 녹취,13일 오전 공개함으로써 알려졌다.
안씨는 이들과의 면담에서 『당시 미CIA중령과 특무대장 김창룡으로부터 「김구는 국론을 분열시키고 단일정부수립을 반대하고 있어 대한민국의 암적 존재이기 때문에 제거해야할 인물」이라는 등의 말을 듣고 공감하여 암살을 결행하는 것이 애국적인 행동이라고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안씨는 또 『김창룡과 47년부터 계속 만나던중 한국독립당 와해공작을 위해 백범에게 접근하라는 밀명을 받고 당시 서북청년단 출신으로 한독당원이었던 홍종만에게 접근,홍의 소개로 조직부장 김학규를 만나 49년 2월쯤 입당과 동시에 백범선생을 만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안씨는 이어 『입당이후 서너차례 경교장에 드나들며 백범 암살기회를 노리던중 49년 6월26일 우연히 경교장에 들렀을때 김구 선생이 독서를 하고 있어 범행적기라고 생각해 암살을 결행했으며 당시 자신은 포병장교로서 일선 중대장으로 나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권총과 실탄은 항상 휴대하고 다녔다』고 밝혔다.
안씨는 또 『범행직후 헌병대로 연행됐으나 그날밤 곧바로 특무대로 이송되어 김창룡으로부터 「안의사 수고했소」 「불편한 것 있으시면 말하시오」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안씨는 이때문에 특무대에서의 생활은 아침에 코피를 마시고 술·불고기·냉면·담배 등은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특별대우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씨는 지금까지 이같은 사실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김대장에 대한 개인적인 의리와 언론에 공개될 경우 나에게 쏟아질 보복때문에 미뤄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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