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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희생자들 "할머니 위해 손수 뜨개질도 했는데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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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격 사건의 한국 국적 피해자는 경상을 입고 퇴원한 박창민(27.토목공학 박사과정)씨밖에 없다고 권태면 워싱턴 주재 한국 총영사가 17일 밝혔다. 그러나 희생자 중 메리 리드(19.사진)는 어머니가 한인인 한국계 혼혈 여학생으로 밝혀졌다.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리드는 사건이 발생한 16일 오전 노리스홀 211호 강의실에서 프랑스어 수업을 듣던 중 범인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한국인인 리드의 어머니는 주한 미군과 결혼, 한국에서 딸을 낳았으며 현재는 이혼한 뒤 뉴저지주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에서 제대한 리드의 친아버지는 사건 발생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다.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살았던 리드는 지난해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의 애넌데일 고교를 마친 뒤 올해 버지니아공대에 입학했다. 이 학교 운영 방식에 따라 아직 전공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고교 때 학교 밴드에서 클라리넷을 불고, 라크로스(하키와 비슷한 운동)에 재능을 보인 다재다능한 학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드의 고모 캐런 쿠핑어는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카는 손수 뜨개질해서 짠 스카프를 성탄절에 할머니에게 선물하던 착한 아이였다"며 "이혼한 친부모 모두에게 잘하는 사려 깊은 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뉴저지 한인회에서는 리드의 어머니가 이 지역에 산다는 사실을 알고 모금 운동을 적극 검토 중이다.

한국인 유학생 부상자인 박씨는 입원 하루 만인 17일 퇴원한 뒤 버지니아공대에서 개최된 추모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총기 난사 범인이 재미 동포 학생으로 밝혀진 데 대해 "놀랍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범인이) 재미 동포 학생인지 몰랐다"며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다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6일 오전 총격 사건이 발생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던 중 팔과 옆구리, 손 등에 총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 입원한 뒤 치료를 받아 왔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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