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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재즈 틀 깨고 … 음악 안에서 자유를 찾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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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보다 프랑스가 더 사랑하는 재즈가수 나윤선(38.사진).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그가 새 음반작업을 위해 한국에 오래 머물자, 프랑스의 한 칼럼니스트는 '나윤선을 돌려달라'는 칼럼을 썼다고 한다. 그가 재즈가수라는 '틀'을 깨고 나왔다. 팝 음반 '메모리 레인(Memory Lane)'을 내놓은 것. 실험과 변신의 폭이 넓다. 데뷔 이후 첫 시도다. 두 장의 CD에 한국어.영어 버전을 따로 담았다.

나윤선의 팝이 대중적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조동익.하림.김광민 등이 그만을 위해 만들어준 곡을 가장 나윤선답게 해석했을 뿐. 깃털처럼 가볍고 청아한 목소리만큼 영혼도 한없이 자유로울 것 같은 그. 자신의 내면을 오롯이 담아냈다는 이번 앨범의 곡명과 가사를 통해 그의 '속살'을 훔쳐보았다.

1 어린 물고기

♬엄마 아직 나는 어린 물고기잖아요♬

"음악을 시작할 때 이 바다가 얼마나 크고 무서운지 잘 몰랐다. 나가보니 정말 호락호락하지 않더라. 영어 버전 제목처럼 난 '빅 월드'의 '리틀 피쉬'였다. 1994년 친구(김정렬 프로듀서)의 권유로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오디션을 보면서 음악에 발을 들여놓았다. 뮤지컬에 출연하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노래라고 느꼈다. 이듬해 무작정 프랑스 유학을 갔다. 그 넓은 바다에서 전혀 익숙하지 않은 음악(재즈)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정말 무모했다. 프랑스는 내게 다양한 사고를, 다양한 기회를 선물했다."

2 신데렐라처럼

♬하얀 구두 신고 신데렐라 동화 속 얘기처럼♬

"신데렐라? 내 삶에 그런 건 없었다. 지금껏 노래해 온 10여 년은 정말 치열한 시간이었다. 정말 바닥에서 시작했다. 한국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서양인에게 인정받는 길은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었다. '노래하게 해 주세요'라는 절규의 나날이었다. '왜 이것밖에 안 될까' 좌절도 숱했다."

3 익숙한 설레임

♬또다시 떠난다. 늘 그랬듯이♬

"2001년 프랑스 생활을 접으려고 한국에 돌아왔지만, 프랑스는 날 놓아주지 않았다. 노래 잘하는 동양인 가수가 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페스티벌에 초대받고, 현지에서 음반도 냈다. 그만큼 프랑스는 뮤지션에게 기회가 열려있는 곳이다.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는 이중생활이 시작됐다. 이제는 익숙하다. 공연하며 만나는 관객과 뮤지션들, 익숙하면서도 날 설레게 한다. 음악은 늘 여행 같은 설렘이다."

4 그리고 별이 되다

♬그저 희미한 빛으로 지친 내 영혼 달래네♬

"나의 별은 사람이다. 음악적 끼를 물려주신 부모님(성악가 부부 나영수.김미정 씨) 외에 음악을 하며 만난 사람들이 나를 이끌어줬다. 지치고 힘들 때 혜성처럼 나타난 사람도 있었다. 친구 정렬씨, 김민기 선생님, 프랑스의 퀸텟 멤버, 음반을 내준 프랑스 프로듀서 등. 이들이 없는 지금의 나윤선은 없다. 나도 언젠가 후배들에게 별이 되고 싶다."

5 클라우드 9

♬구름같이 살자 가벼운 마음에 눈을 뜨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만족하며 살고 있다. 말 그대로 클라우드 9(절정의 전 단계)이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절정은 완벽한 무대다. 관객 수와 상관없이 나와 세션들과 관객의 기운이 일치하는 무대가 있다. 21, 22일 콘서트(LG아트센터)에서도 그 기운을 느끼고 싶다. 구름같이 살자는 가사처럼 난 욕심이 없다. 가방 하나 갖고 사는 인생이다. 가볍기 때문에 늘 떠날 수 있다."

6 한강

♬진실의 넋두리 속에서 묵묵히 흐르는구나♬

"파리의 센강이 재잘재잘 수다를 떠는 친구 같은 강이라면, 한강은 말없이 흐르는 강이다. 한이 서려있기 때문일까. 한강은 우리를 넓은 품에 안아 주는 따뜻한 강이기도 하다. 한 외국인 친구는 한강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서울 사람들은 도시 한복판에 큰 바다를 안고 살고 있다고."

7 파흔(波痕)

♬한숨에 바랜 사진첩을 품에 안고♬

"친구 정렬 씨가 89년 내게 노래하라며 만들어 준 데모곡 중 하나다. 이 곡을 '지하철 1호선' 오디션에 냈더니 합격했다. 나를 음악으로 이끈 곡이자 내 음악 인생의 시작이었다. 그 노래를 20년 만에 다시 불렀다. 21살 때 '힘없이 웃었던 날들, 그저 울지 못했을 뿐'이라는 가사의 뜻을 몰랐는데, 이제 알 것 같다. 다시 원점에 선 느낌이다. 음악 안에서 자유를 찾고 싶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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