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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광장|부모 사인 알아두면 질병예방 도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우리 나라 사람의 사망원인으로 가장 흔한 것이 뇌혈관질환·심장질환 등 순환기계통의 질병과 악성종양 등이며 40대 남자의 사망률이 세계적으로 높다는 등의 뉴스가 1년에 한번씩은 크게 화제가 되고있다.
이런 사망원인에 관한 뉴스는 매년 사망 신고된 내용을 통계청에서 종합 처리한 자료에 근거하고 있다. 복지사회를 지향하는 단계에 있는 우리 나라로서는 사망원인에 관한 자료가 앞으로의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데 필수적이라는 면에서 특히 사망원인을 정확히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정확한 사망원인을 알아야 하는 것은 국가적인 통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법적으로도 정확한 사망원인과 사망일시가 중요하다.
그래서 사망진단서·검안서는 사망당시에 입회했거나 사망 전 48시간이내 또는 사망 후에 진찰한바 있는 의사·한의사만이 발행할 수 있게 규정돼있다. 그러나 특히 과거에는 의료혜택을 방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 의사·한의사의 사망진단서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편법으로 인지증명, 즉 의사·한의사가 아닌 사람의 증명으로 사망진단서를 대신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이 때문에 지역에 따라서는 지금도 사망하는 사람의 반 이상이 사망진단서 대신 인우증명으로 사망신고를 마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런 지역에 사는 인구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정확한 사망원인을 알아두어야 할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상당수의 질병은 체질적으로 유전되거나 또는 가족적으로 잘 발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므로 부모형제가 어떤 원인으로 사망했는가를 정확하게 파악해두면 병을 예방하거나 대비할 수 있어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노인에게 가장 무서운 질병은 숙환」이라는 농담이 있다. 가족의 사망원인을 알리고 싶지 않거나 잘 모를 때는 으레 숙환으로 돌아가셨다고 대답하기 때문일 것이다. 앞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정확한 사인을 알아둘 필요는 여러 가지로 많으므로 사인을 숙환으로 대답하거나 사망진단서 대신 인우증명을 제출하지 않도록 노부모를 모시고 있는 사람들은 평소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서정돈 교수<서울대의대·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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