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요 도로 표지판에 영어 + 한·중·일어 함께 쓰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스기타 료키 사장=먼저 내년 베이징에서 열릴 제3회 회의 계획을 비롯한 중기적인 발전 방안을 얘기해 보자.

▶홍석현 회장=지난해엔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번에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분과 토론 모임까지 조직했다. 30인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스기타 사장에게 감사한다.

▶스기타 사장=지난해 중앙일보가 개최한 창립총회에서 감명받았고, 서울 회의를 모델로 삼았다.

▶홍 회장=중앙일보가 회의를 출범시켰지만 닛케이가 이어받아 도약시켰다. 내년에 신화통신이 이 모임의 꽃을 피우는 행사로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마성룽 부사장=내년 회의도 4월로 일정을 잡고 있다. 더 늦으면 베이징 올림픽(8월)과 가까워져 두 개의 큰 행사가 겹치게 될 우려가 있다.

▶스기타 사장=내년 베이징 회의가 끝나면 30인회에서 정책 어젠다를 제안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자.

▶마 부사장=3국 관계 발전에 미디어가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믿는다.

▶홍 회장=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일본 총리가 만찬 건배사에서 "30인회가 앞으로 후세들이 기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회의가 될 것"이라고 한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스기타 사장=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일본 방문에 대한 중국 언론의 평가는 어떤가.

▶마 부사장=중국중앙방송(CCTV)이 일본 국회 연설을 생중계할 만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스기타 사장=원 총리께서 "늘 성심 성의껏 말하라고 가르치신 어머니로부터 일본 국회 연설 직후 칭찬을 들었다"고 직접 공개해 감동했다.

▶마 부사장=원 총리의 한국 방문도 성공적이었다.

▶스기타 사장=(한.중 관계가 좋다고 하니) 그 다음은 일.한 관계를 더 개선해야겠다(웃음).

▶마 부사장=한.일 관계는 지금도 좋은 것으로 안다.

▶스기타 사장=민간 차원은 아주 좋지만 정치인 간의 관계가 다소 삐걱거리고 있다.

▶홍 회장=아소 다로(生太郞) 일본 외상이 말씀했듯이 퍼스트 트랙(first track.정부 간의 외교)과 세컨드 트랙(second track.민간 교류)이 같이 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세컨드 트랙의 모임이 퍼스트 트랙을 잘 뒷받침해 줄 수도 있다. 오랜 단절이 있었지만 이제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 됐다. 3국의 인적 교류도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3국의 주요 도시 거리의 표지판에 한.중.일 3국어를 병기하면 우호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스기타 사장=의미 있는 말씀이다. 영어를 포함해 3국 언어로 표기하면 편리할 것 같다.

▶홍 회장=(회의가 일본에서 열린 만큼) 아이디어에 '스기타 제안'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좋겠다(웃음).

▶스기타 사장=찬성해 주신다면(웃음).

▶마 부사장=베이징 회의 준비에 조언을 부탁한다.

▶홍 회장=30인회에서 제안된 아이디어를 실무 전문가 그룹이 심도 있게 논의하도록 분과 회의를 확대 발전시켜 보자. 3국 국민은 봄에 맨 먼저 피는 매화를 모두 좋아하는 것 같다. 3개 언론사가 매화 축제를 공동으로 주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보자.

▶스기타 사장=좋은 아이디어다.

▶마 부사장=서화도 3국만이 공유하는 문화다.

▶스기타 사장=서화나 합동 콘서트, 3국 요리 페스티벌 등 여러 아이디어를 실무진이 논의하도록 하자.

▶홍 회장=역시 소프트한 문화 분야에서 협력을 시작하는 게 쉽고 바람직한 것 같다.

▶마 부사장=30인회는 싱크탱크 같은 역할이 중요하다. 아소 외상이 '상상도 못한 것(unthinkable)'을 '가능한 것(thinkable)'으로 만드는 것이 30인회가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한 말에 공감한다.

▶스기타 사장=화제를 바꿔 보자. 올드 미디어인 종이신문이 뉴미디어인 인터넷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홍 회장=한국은 정보기술(IT) 산업의 발전으로 인터넷 환경이 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급격한 변화를 경험해 왔다. 인터넷을 생활에 활용하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전통매체인 신문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큰 환경 변화다. 특히 유럽형 무료 신문의 경우 3국 중에서 한국처럼 일상 생활 깊숙이 침투한 나라도 없다.

▶스기타 사장=미국과 유럽도 미디어시장이 격변하고 있다. 신문 활자를 읽지 않는 젊은 층이 늘고 인터넷 이용자도 늘고 있다. 인터넷 정보는 기본적으로 무료여서 유료 신문 입장에선 큰 문제다. 광고 단가를 봐도 신문은 비싸지만 인터넷은 싸다. 현재의 흐름대로 가면 광고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 전통 미디어로선 숙제가 생긴 셈이다.

▶마 부사장=전통 매체가 고전하고 있지만 미디어의 발전 역사를 보면 종이신문이 단기간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15년 전쯤에 '종이 없는 사무실(paperless office)'이 예측됐지만 종이 소비는 더 늘었다. 전통 매체들이 인터넷 미디어에 뉴스를 제공하고 어떻게 수익을 올리느냐가 중요하다.

▶스기타 사장=일본에서 신문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결국은 종이신문과 인터넷 매체의 역할을 어떻게 분담해 나가느냐는 문제로 귀결된다. 그러나 종이신문이 독자적인 뉴스를 얼마나 제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인터넷의 경우 심층적 분석이 나가더라도 종이신문보다 읽기가 어렵다고 한다. 종이신문의 뉴스 분석 기능이 더 중요해진다. 이를 위해 "어떤 기자의 글을 읽기 위해 닛케이 신문을 산다"는 말을 들을 만큼 우수한 기자들을 많이 육성하려 한다.

▶홍 회장=일본에서 대형 포털 사이트와 종이신문의 관계는 어떤가.

▶스기타 사장=일본에는 야후재팬과 구글이 있다. 이들과 종이신문의 관계는 제대로 확립돼 있지 않다. 이제부터다. 전통 매체의 대응도 각사가 다르다. 지지(時事)통신과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야후에 전면적으로 콘텐트를 제공한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야후에 유료로 뉴스를 제공한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제공하지 않는다. 닛케이도 손 마사요시(孫正義.야후 소유주)로부터 뉴스를 제공해 달라는 청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홍 회장=교도(共同)통신은 어떤가.

▶스기타 사장=교도통신도 (야후에) 콘텐트를 제공했으나 가맹 신문사의 항의를 받고 정보 제공을 중단했다. 구글이 본격적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하면서 뉴스 제공을 요구했지만 거부하고 있다. 대형 포털에 무료나 헐값에 콘텐트를 제공하면 신문의 수입은 크게 줄 것이다. 따라서 대형 포털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제공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홍 회장=일본에 무료 신문이 출현하지 못한 원인은 어디에 있나.

▶스기타 사장=무료 신문은 기사의 진위를 알기가 쉽지 않아 독자의 신뢰도가 낮다. 부수가 적고 광고도 잘 안 들어와 경영이 제대로 안 되는 곳이 많다고 들었다. 일본 독자들의 신문에 대한 신뢰도는 70~80%로 TV보다 훨씬 높다. TV 보도를 믿지 않다가 신문이 보도하면 그제야 사실로 받아들인다. 독자 신뢰가 일본 신문업계의 큰 버팀목이다. 따라서 신뢰를 훼손할 만한 일이 생기면 엄격하게 처리한다.

▶마 부사장=DVD를 살 때 돈을 내듯 전통 매체의 지적재산권이 제대로 보호받아야 한다.

▶스기타 사장=지적재산권 보호는 정말 중요한 문제다. 일본의 경우 저작권 보호법이 인터넷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은 어떤가.

▶홍 회장=일본과 마찬가지로 온.오프 라인(on-off line)의 경계는 잘 지켜진다. 하지만 잡지의 경우 저작권 침해 사례가 꽤 있다. 이를 어떻게 법제화하며 저작권은 어떻게 지킬지 연구 중이다. 많은 경우 저작권이 산발적으로 침해당하기 때문에 민사적 손해배상소송 등 비용이 더 큰 게 문제다.

▶스기타 사장=역시 미디어라는 테마를 다루니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웃음). 다시 한번 두 분께 감사 드린다.

특별취재팀=유상철 (중앙SUNDAY 국제 에디터).김경빈(영상부문).예영준.김현기(도쿄 특파원).장세정(베이징 특파원)

고정애(정치부문) 기자 <scyou@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