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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서 보스턴마라톤 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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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국의 여성우주인 수니타 윌리엄스(41.사진)가 16일 지구 밖 우주정거장에서 보스턴마라톤대회 시간에 맞춰 풀코스를 완주했다.

인도계인 윌리엄스는 이날 국제우주정거장(ISS) 안에 설치된 러닝머신 위에서 42.195km를 4시간 23분 46초에 주파했다. 자신이 지난해 휴스톤마라톤에서 세운 기록인 3시간 29분 57초에는 못 미쳤지만, 지상 330여km 퀘도 상공에서 시속 2만8000여 km로 비행하는 우주정거장 안에서 마라톤을 완주한 첫 우주인이라는 기록은 세웠다. 보스턴마라톤대회 조직위는 윌리엄스의 기록이 여자부 전체 순위에서 6300 등 정도라고 확인했다. 고향이 보스톤인 그녀는 평소 달리기를 좋아해 지난해 휴스톤마라톤에 참가, 100등 안에 드는 성적을 냈다. 이 기록 덕분에 보스톤마라톤 참가 자격을 얻었다.

그녀는 공식적으로 부여받은 등번호 14000번을 러닝머신에 붙여 놓고 달렸으며 좌우 양쪽에 노트북 1대씩를 비치했다. 과거 보스톤마라톤 실황을 찍은 DVD와 우주정거장 밖 상황을 동시에 보기 위해서였다.

우주정거장과 교신해 온 미 항공우주국(NASA) 통제센터에서는 그녀가 달린 거리에 맞춰 "20Km쯤 왔다""오르막 길이다" 하는 식으로 코치해 윌리엄스가 지루하지 않도록 도왔다.

2만4000여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는 윌리엄스의 동료인 여성우주인 캐런 나이버그와 자매인 다이나 팬디아도 뛰었다. 이들은 영상 10도의 찬 기온과 강풍 속에서 뛰어야 했지만 월리엄스는 23도 정도인 우주정거장 안에서 달렸다. 대신 그녀는 공중으로 무중력 때문에 뜨는 것을 막기 위해 끈으로 자기 몸을 러닝머신에 연결 시킨 뒤 뛰었다. 그녀는 완주한 뒤 "와, 드디어 해냈다"는 말을 남겼다고 NASA 측이 공개했다.

국제우주정거장은 미국.러시아.유럽.일본.캐나다가 힘을 모아 건설한 합작품이다. 윌리엄스는 지난해 12월 우주정거장에 도착한 뒤 우주왕복선 엔데버호의 수리문제로 지구귀환이 늦어져 5명의 동료들과 생활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그녀는 남녀 통털어 최장기 우주 체류기록을 세우고 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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