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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총선 방송 시스템 개발 김종윤 차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MBC TV의 14대 총선 개표 방송은 우리나라 선거 보도의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높인 역작으로 평가된다.
개표 진전 상황에 따라 ▲화제의 격전지▲갑작스런 판세 역전▲시소 게임 지역▲당선자 확정▲여야 확보 의석비 등의 보도 우선 순위를 기민하게 바꾸며 그에 맞는 화면을 내보냈다.
화면 처리에 있어서도▲문자 및 그림의 선명한 외곽선▲기호순이 아닌 득표순의 후보자 표시▲당선 유력 후보 사진별도 확대▲입체적 지역 표시와 후보 사진·득표수를 연결 지은 처리 등 다채롭고 알기 쉽도록 한 점이 돋보였다.
분초를 다투는 생방송 진행에서 다양하고 적절한 화면을 필요할 때 즉시 내보내기 위해서는 컴퓨터에 의한 수치 자료 처리 외에도 이를 주제별로 검색하고 2차적으로 가공하는 컴퓨터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MBC 방송 기술 연구소의 김종윤 차장(38)은 바로 이 수치 정보를 가공하고 처리하는 컴퓨터 시스템과 운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사람이다.
그가 이끄는 14명의 시스템 개발 팀은 지난 12월말 이번 선거 방송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 단 3개월만에 이를 완료했다.
선거 방송이 끝난 다음날인 26일에야 하루 휴가를 낼 수 있었던 그는『악몽과 같은 기간이었지만 무사히 해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며 부시 시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
컴퓨터의 하드웨어를 설계해 부품을 조달·조립하고 이를 운용할 체계와 그 체계 안에서 처리될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총체적 과정을 이 기간 내에 끝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팀은 새로 만드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르게 마련인 버그 (예상치 못한 설계상의 오류)때문에 시운전하다 컴퓨터가 정지해 버리는 시행착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투표 당일 오후 5시까지 테스트를 거듭, 실전에 들어가 성공을 거두었다.
불가능에 도전한다는 신념으로 매일 오전 2, 3시까지 작업하다 선거 10일전부터는 아예 회사 부근 호텔에서 합숙을 하며 달라붙은 집념의 결과였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TBC를 거쳐 80년 MBC에 입사해 연구소에서만 일해 온 그는『공이 있다면 기술 연구소 뿐 아니라 전산실·보도국 등 함께 일하고 도와준 모든 분야의 사람들에게 돌리고 싶다』고 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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