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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 핵공포에 떨고 있다/러시아 원전사고로 본 실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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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체르노빌형」 원자로만 15개 가동/비용엄청나 전면 보수는 힘들어
24일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근처 소스노비 보르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방사능누출사고는 인접 유럽국들을 또다시 핵공포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25일 러시아측은 이번 사고가 인접국은 물론 65㎞ 떨어진 상트 페테르부르크(구 레닌그라드)에도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고 있으며 즉각 보수작업이 시작됐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유럽인들의 핵에 대한 공포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날 사고지점에서 1백40㎞ 떨어진 핀란드 로비사항 등에서 요드와 세슘성분의 방사능 낙진이 검출됐다고 관리들이 주장했고 노르웨이도 러시아 정부에 강력항의하고 나섰다.
또 웬만한 비에는 우산을 쓰지않는 베를린 시민들도 비가 내린 25일 거의 우산을 쓰거나 모자를 착용하는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독일등 유럽국가에서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구소련 및 동유럽의 원자로를 보수하거나 폐기하는데 기술과 자본능력이 있는 서유럽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직후 기자회견을 한 독일의 클라우스 퇴퍼환경장관은 『현재 구소련에는 15개의 「체르노빌형」 원자로가 가동중』이라고 밝히고 이의 즉각적인 전면폐기를 주장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전력회사의 발터 프레무트 회장은 지난 2월 독일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지에 기고한 글에서 구소련에서 현재 가동중인 39개의 원자로 모두가 보수 또는 폐기대상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시급히 손봐야 하는 것은 체르노빌형으로 이는 즉각 폐기돼야 하며 나머지 다른 유형의 원자력발전소도 안전성이 크게 떨어져 대폭 보수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돈이다. 구소련의 원전을 모두 보수해 서방의 안전수준에 도달케하기 위해선 자그마치 1조마르크(약 4백50조원)란 어마어마한 경비가 소요되는 것으로 독일의 원자력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이는 1천메가와트짜리 원전 2백50개를 건설할 수 있는 비용에 해당한다.
이같은 천문학적 비용때문에 전면보수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이미 판정난 상태다.
따라서 구소련지역의 전력난을 고려하면서 비용이 적게 드는 전면폐기와 비용이 많이 드는 보수의 비율을 결정하는 문제가 남게 된다.
이와 관련,독일 환경부는 최소한의 응급조치로 극히 위험한 원자로를 폐기하고 보수가능한 원자로를 보수해가면서 이로 인해 생기는 전력부족을 보충하기 위한 화력발전소 건설에 2백억∼2백20억 마르크가 드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러한 「최소경비」도 구소련의 현상황에선 사실상 조달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독일등 다급해진 서유럽들이 공동대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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