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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 부자·형제… 화제의 당선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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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역개발에 혼신 옥중당선 보답 이강두/빈소 지키느라 운동도 못했는데… 하순봉/지역감정 극복한 유권자에 감사 양창식/농민의 아들답게 농촌위해 헌신 조일현
○옥중당선
○…『여러분들께 고생만 시키고…. 고향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어떻게 전해야할지­.』
이번 총선에서 유일하게 「옥중당선」을 기록,화제를 모은 경남 거창의 이강두 후보(55·무소속)는 25일 당선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신이 수감중인 진주교도소로 찾아온 가족·친지들에게 흐르는 눈물때문에 끝내 말을 맺지 못했다.
지난달 26일 운동원들이 금품을 돌리다 적발된 뒤 전격 구속됐던 이후보는 선거운동을 전혀 하지 못한채 치른 이번 선거에서 민자당 후보들을 여유있게 따돌리며 당선되는 「이변」을 낳았다.
이변의 주역은 이후보의 부인 김인숙씨(53)등 가족·친지들과 학교동창 및 이후보와 운명을 함께한 민자당 지구당위원장 시절의 당원등 자원봉사군.
이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유일하게 나섰던 것은 지난달 23일의 지구당개편대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합동연설회에는 후보자가 없기 때문에 부인 김씨가 소복을 입고나와 큰절을 하는 것으로 대신해야 했고 나중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허용됐던 개인연설회도 결국 가질 수가 없었다.
『거창의 명예와 자존심을 살리자는 호소가 큰 호응을 받은 것 같습니다.』
『주 소련공사를 지내는등 평생을 공직생활에 바치면서 청렴결백한 성품이 주위에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이번 공천탈락은 민자당의 당리당략의 희생양으로서 유권자들에게 비쳐졌다』는 것이 이후보측의 주장.
이 때문에 민자당이 이후보대신 새로 공천자를 내자,당원 60여명이 『함께 죽고 살겠다』며 민자당을 탈당했고 민자당조직이 거의 그대로 살아남은 것이 승리의 결정적인 기틀이 됐다는 것.
부인 김씨와 가족들은 90여개 부락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눈물로 호소했고 이후보의 형제 6남1녀가 모두 고향에 내려와 총출동했다.
여기에 거창중·마산고·고려대로 이어지는 동문 1백여명이 일부러 거창까지 와 자원봉사를 자청했고 거창읍·가조면 등지에 집성촌을 이룬 전주이씨문중도 큰 힘이 됐다는 후문.
이후보는 이같은 주위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옥중에서 단식투쟁까지 벌이기도 했는데 『거창대,직업훈련원 설립 등 지역개발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거창=민병관기자>
○상중당선
○…『이 영광을 고향의 모든 분들과 돌아가신 어머니께 바치겠습니다.』
YS의 아성으로 여겨져온 경남지역에서 여당후보를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표차로 누른 진주의 하순봉 당선자(50·무소속)는 당선의 기쁨과 함께 어머니를 여읜 슬픔을 동시에 맛보아야 했다.
선거를 불과 사흘앞둔 21일 마지막 합동유세를 보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오던 모친(75)이 차안에서 갑자기 고혈압으로 쓰러져 숨졌기 때문이다.
맏상주인 하당선자는 빈소를 지키느라 막판선거운동을 거의 하지 못했으나 오히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동정표를 모아준 것 같다』고 스스로 분석했다.
지난 13대때 여당으로 출마하고도 패배의 쓰라림을 맛보아야 했던 하당선자는 낙선 3일뒤부터 곧바로 맨투맨식 저인망작전에 나서 지금까지 하루평균 세곳의 상가를 찾아다녔고 1주일에 평균 5건의 주례를 서왔다.
『앞으로 진주에 계속 머물면서 주민들과 고락을 함께할 계획입니다.』<진주=민병관기자>
◎빈민위한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 제정구/권위주의 청산·토지공개념 최선 박계동/재야와 연계서민층의 이익대변 신계륜
○운동권
○…도시빈민운동의 대부로 알려진 제정구 후보(46·민주)와 운동권 출신 박계동(40·민주),신계륜(38·민주),유인태(44·민주),장영달(44·민주) 후보가 이번 14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제후보=도시빈민을 위한 봉사활동으로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했던 빈민운동가 제정구 후보는 경기 시흥­군포선거구에서 현역 국회의원인 황철수 후보(민자)를 꺾고 당선,빈민운동 투신 20여년만에 정계로 나서게 됐다.
경남 고성출신인 제씨는 진주고를 졸업,서울대 정치학과 재학중이던 71년 위수령발동과 함께 제적되자 이듬해 「진솔한 체험으로 빈민의 삶을 느끼기 위해」청계천 판자촌으로 들어간 것이 빈민활동의 계기였다.
73년 복학한 뒤 이듬해 민청학련사건으로 15년형을 선고받은 제씨는 77년 양평동 판자촌으로 이주,이곳 주민들이 강제철거되어 시흥으로 집단이주하자 함께 옮겨 지금껏 살아와 시흥이 제2의 고향인 셈.
시흥시와 군포시가 모두 시흥군이던 당시 제씨는 흙먼지만 날리던 현지에 손수 설계와 함께 벽돌을 찍어 모두 4백50가구의 새 보금자리인 「복음자리마을」을 건설한데 이어 85년에는 「한독주택」과 「목화마을」을 건설해 주민들에게 새로운 고향을 만들어 주었다.
제씨는 이곳에서 흘린 땀을 인정받아 86년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사회지도 부문)을 수상해 빈민운동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고 직후 주거권실현 아시아연합 한국대표를 맡은데 이어 「달동네 대표자」들의 모임인 아시아도시·주택문제 연대회의를 개최하는 성과를 올렸다.
제씨는 13대총선에서는 한겨레민주당을 창당,서울 종로에서 첫번째 등원을 시도했으나 3위로 낙선했고 이번이 두번째 도전.
현재 시흥­군포주민들의 참여기구인 「시민참여모임」을 4월중에 결성준비중인 제씨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당에 제시하고 당의 정책을 지역에서 실험해 보는 진정한 참여민주주의를 해보고 싶다』고 자신감에 찬 의정활동상을 그리고 있다.
◇박후보=75년 고려대 정외과 4년 시절 긴급조치 9호 위반,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87년 5·3 인천 시위주도혐의로 세차례에 걸쳐 4년간 투옥생활과 그에 따른 5년여간의 수배생활,민통련 조직국장,전민련 대변인,통추회의를 거쳐 지난해 9월 민주당입당….
「영원한 재야」에서 「제도권 정치인」으로 탈바꿈,서울 강서갑 선거구에서 민자당 이원종 후보를 물리치고 금배지를 단 박계동씨의 이력이다.
『총선·대선을 앞두고 거대여당에 대항하기 위해선 통합야당이 필요했습니다.』
지난해 9월 야당통합과 함께 재야생활을 청산하고 민주당에 입당한 그는 지역구에 사무실을 낸지 5개월밖에 안돼 얼굴알리는 일이 급선무라 하루에 20여군데의 사랑방좌담회에 참석하느라 매일 구두밑창을 갈아야 했다.
그에게 중앙당보조금 1억여원은 선거비용으로 턱없이 모자라 대학생 자원봉사자 1백여명에게 밥값·교통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등 어려움을 겪었다.
『권위주의적 군사문화 잔재의 청산과 토지공개념,금융실명제 실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는 조심스레 의정활동계획을 밝힌 뒤 『엘리트중심의 정치가 아닌 평당원·국민위주의 대중정치가 시급하다』고 보스중심의 현정치에 일침을 가했다.
◇신후보=74년 고려대 행정학과에 입학,학생운동을 하다 강제징집당했으며 79년 복학했으나 80년 「서울의 봄」때 수감돼 옥고를 치르고 82년 풀려났다.
서울 성북을 선거구에서 민자당 강성재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된 신후보는 이후 재야노동운동에 가담하다 지난해 6월 신민주연합으로 제도권정치에 입문했다.
『3당합당후 재야와 야당이 발붙일 곳이 없게될 위기에 놓여 야권통합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정치판에 뛰어들었지요.』
신후보는 앞으로도 재야와의 연결고리를 계속 이어 나가겠다고 밝히고 의정활동 목표는 「서민층의 이익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신후보는 또 지역개발 및 원내에서의 의정활동을 조화있게 꾸려나갈 것이라며 『특히 서민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구내의 재개발사업등 서민복지 증진을 위한 정책수립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밖에 『선거운동기간동안 선거운동원들의 일당을 법정비용인 하루 5천원씩 지급하자 도중에 일부 운동원들이 다른 당으로 옮겨 고민이 컸다』며 「돈안드는 선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최훈·권영민·한경환·신성식기자>
◎형 국민 전국,동생은 민주지역 조윤형·순형/민자 전국·지역구 나란히 당선 이상득·명박/부친당 창당작업 관여 사상최초 정주영·몽준
○호남교두보
○…『황색깃발이 아니면 발붙이기도 힘들었던 전북 지역에서 당선된 것은 그동안 지역주민들이 야당의 무능한 정치에 반기를 든 것으로 보고 남원지역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전북 남원시·군지역에서 민자당 소속으로 출마해 25일 오전 1시쯤 당선이 확정된 양창식 후보의 당선 소감이다.
양후보는 『13대때 황색바람에 밀려 낙선해 4년동안 많은 반성을 했으며 이번 14대때는 겸허한 자세로 지역주민들을 대하고 정치인으로보다는 지역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대표자로 진솔하게 선거운동을 한 것이 당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남원=서형식기자>
○…민자당 후보로 전북 무주­진안­장수에서 당선된 황인성 후보는 25일 오전 자택인 진안군 군상리 남광아파트 102호에서 『지역감정을 초월한 유권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황후보는 또 『어려운 여건에서 난관을 극복한 조직원들과 지역감정을 떠나 적극 지지해준 유권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하고 이번 결과가 호남 정치판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계기로 믿는다고 말했다.<손장환기자>
○최연소
○…『무너진 농촌을 살리라는 농민들의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2전3기」끝에 과기처차관 출신의 현역 국회의원인 민자당 이응선 후보(58)를 예상외의 5천7백여표차로 누르고 최연소로 강원 홍천에서 당선된 국민당 조일현 후보(37)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조후보는 그러나 평소 자임해온 「농민의 아들」답게 『농민들이 나를 뽑아준 이유를 알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홍천=오체영기자>
○부자·형제
○…경북 영일­울릉의 민자당 이상득 후보가 이번 총선에서 국민당 박경석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동생인 민자당 전국구의 이명박 후보와 나란히 당선돼 형제의원이 탄생.
이후보는 총투표자의 52.9%인 5만4백35표를 얻어 경쟁자를 2만9천8백5표차로 눌러 당선됐고 동생은 민자당 전국구후보(25번)로 당선,형제가 함께 국회에 진출.
이후보는 코오롱사장을 역임하다 13대에 민정당 후보로 영일­울릉지역구에서 당선된후 민자당 후보로 재출마해 당선됐다.
또 서울 도봉병의 민주당 조순형 후보가 당선되고 형인 국민당 대표위원 조윤형 전국구후보(4번)도 당은 다르지만 나란히 당선.
경남 울산동구에 출마한 국민당 정몽준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6만1천3백19표를 얻어 상대후보인 무소속 권처흥 후보를 4만2천72표나 되는 큰차이로 누르고 당선돼 전국구로 당선된 아버지 정주영 국민당대표와 함께 부자의원이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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