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침통 민주 미소 국민 희색/다시 짜여진 정치판… 각당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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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밤 이변에 “이럴수가…”인책론 대두 민자/당서도 놀란 「돌풍」… “무소속도 영입하자”의욕 국민/수도권 대승에 “국민의 위대한 승리”민주
▷민자당◁
민자당은 25일 아침 초상집 같은 분위기에 휩싸인채 김영삼 대표만 당사에 출근했고 김종필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는 등 뒤숭숭.
이에 따라 민자당측은 당초 안정의석을 확보했을 경우 이날 오전 대책회의를 소집,후속조치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회의소집은 고사하고 당무일정 조차도 잡지 못한채 하루아침에 표류하고 있는 양상.
○…김대표는 25일 오전 당사에 나와 기자들에게 『선거결과는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집권여당으로서 정국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중의 뜻을 피력.
김대표는 그러면서도 「총선 패인」「김대표 책임문제」를 묻는 질문에는 『뭐 다 알면서 그런 것을 물으려 하느냐』고 다소 신경질인 반응.
김대표는 『총선 패인으로 꼽을만한 것이 다섯가지 정도 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라고 운을 뗐는데 구체적인 언급은 회피.
김대표는 당사 집무실에서 김대중 민주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은뒤 『정국안정을 위해 노력하자』고 했으며 국민당 정대표에게도 오후중 전화를 걸 예정.
대전·충남을 누비며 지원에 안간힘을 쏟았던 김종필 최고위원도 공화계 의원들이 대거 떨어진데 충격을 받고있다는 것인데 『이런 결과가 나올지 전혀 몰랐다』고 주변에서 한마디씩.
박최고위원은 자신이 회장인 포철이 있는 포항의 이진우 후보가 무소속의 허화평 후보에게 패배한데 대해 『아이구 머리야』라며 상당히 낙심.
선거본부장인 김윤환 총장은 밤새 말을 잃은채 TV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25일 새벽 강용식·김영진 부본부장을 불러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성명서 작성을 숙의.
김총장은 성명발표후 말 없이 당사를 떠나 이날 오전 행방이 묘연해 벌써부터 사의설이 무성.
안정 과반수 의석인 57%선(1백35석) 확보를 낙관했던 민자당은 막상 뚜껑을 열어 본 결과 「여소야대」로 결론이 나자 경악과 충격속에 망연자실.
25일 새벽 1시까지 여의도 중앙당사 종합상황실에서 개표상황을 지켜보던 김대표와 김·박 최고위원 등 당수뇌부는 『세상에 이럴수가 있느냐』며 한결같이 침통한 표정으로 귀가했고 선거대책 본부장인 김윤환 사무총장도 집무실로 들어가 외부 인사와의 접촉을 피한채 두문불출.
심지어 개표상황 집계작업을 진두지휘 하던 실무국장들까지도 패색이 짙어지기 시작한 새벽 3시쯤 모두 자리를 비워 상황실조차 제대로 가동 되지 않았다.
○…김영삼 대표,김종필·박태준 최고위원과 김윤환 사무총장 등 당지도부는 25일 오전 침통한 표정으로 『선거결과에 책임을 느낀다』며 안정 과반수 의석확보 실패에 대한 책임감을 피력.
그러나 수뇌부와는 달리 총선 패배의 책임소재에 대해서는 계파마다 시각을 달리하고 있어 총선책임 소재를 둘러싼 당내 진통이 불가피한 형편.
김대표의 민주계측은 『김대표의 거듭된 경고에도 안기부직원 선거개입,군 부재자투표 부정 의혹건 등 정부측에서 악재를 계속 터뜨려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며 안기부 등 정부기관쪽에 책임을 전가하는듯한 태도.
이에 반해 민정계측은 『김대표의 대권 바람몰이 전략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호남지역에 악재로 작용했다』면서 『김대표 스스로도 이번 총선을 당 중심적 위치에서 책임지고 치르겠다고 한 만큼 김대표와 사무총장,안기부장 등도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당정 핵심수뇌의 공동 인책론을 제기.
▷민주당◁
철야 개표결과 서울·호남에서의 압승과 수도권 지역에서의 강세로 당초 개헌저지선 확보목표에 근접한 지역구 75석,전국구 22석으로 나타나자 당직자들은 만세를 부르며 서로 악수를 나누는 등 자축분위기.
김대중 공동대표는 개표초반 민자당 압승분위기로 기울어지는듯 하자 당사로 나오려던 계획을 취소했으나 24일 자정이 넘어서면서 초반 부재자 투표에서의 열세를 따라잡기 시작하자 25일 새벽 1시30분쯤 당사로 나와 밤샘 근무자들을 격려하며 『개저지선 확보가 가능해졌으며 여소야대 국회가 재현될 것 같다』고 크게 만족.
김대표는 『3당 야합과 민자당의 오만방자한 태도에 대해 국민들이 심판을 내린 결과』라며 『국민들은 어리석은듯 하지만 언제나 정치인보다 앞서 나가면서 정치인을 부끄럽게 만든다』고 「국민의 위대한 승리」로 평가.
특히 민자당의 민주·공화계의 세가 크게 위축된데 대해 『김영삼 대표와 김종필 최고위원의 입지가 크게 좁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올 12월 대선에서 김대표의 대권도전이 성공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크게 고무된 분위기.
더구나 국민당이 생각 외로 돌풍을 일으킨데 대해 『4당체제시절 공화당이 했던 역할을 할게 아니냐』며 국민당을 「계륵」에 비유하기도.
▷국민당◁
총선 개표결과 원내 교섭단체 구성요건(20석)을 지역구에서 너끈히 넘겨버리자 국민당은 온통 축제분위기.
○…정주영 대표는 25일 아침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총선에서 선거분위기만 좋았더라면 우리당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했을 것』이라고 오히려 아쉬움을 피력할 정도.
정대표는 『민주당과의 공동체제를 유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여든 야든 국가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공조하겠다』고 언급.
정대표는 『원내활동은 준법정신에 따라 할 것이며 경제정책은 기업자율화에 중점을 두면서 민간주도의 정책으로 끌어나가되 대기업은 수출에 전력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윤형 선거대책본부장 등 주요당직자들은 이날 새벽 4시가 지나면서 22석 이상이 확정되자 박수와 함성으로 자축.
당직자들은 『드디어 해냈다』고 외치며 서로 악수를 나누면서 부둥켜 안는 등 흥분한 모습.
당직자들은 국민당의 진로를 놓고 나름대로 전망과 분석을 하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한 고위당직자는 『무소속 당선자들이 아무래도 국민당으로 들어오지 않겠느냐』고 했고 다른 한 당직자는 『입당을 원하는 무소속 후보들은 얼마든지 적극적으로 영입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국민당은 민자·민주 양당구도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과 새로운 정치세력 출현에 대한 기대감을 승인으로 분석.
조윤형 본부장은 『국민들이 민자·민주당을 불신한데다 이념대결이 아닌 경제·민생 등이 이슈가 됐기 때문에 우리당이 승리할 수 있었다』며 『우리당이 경제를 아는 정당임이 호소력을 가졌던 것 같다』고 자평.
▷신정·민중당◁
신정당은 총선 개표결과 박찬종 대표(서초갑)를 제외하고는 전지역에서 전멸한데다 전국구 1석을 할애받을 수 있는 요건인 득표율 3% 이상 획득에도 실패,침통한 분위기.
민중당은 원내 교두보 확보에 실패한데다가 정당 존속요건인 총선득표율 2% 이상도 얻지못해 향후 당진로를 삼각히 고민하는 처지에 빠졌다.<김두우·문일현·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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