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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총선서 민주세력 승리/군견제 교두보 마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야 3당에서 하원 152석 차지/친군부 정당들 기대이하 신승/잠롱 총리로 뽑는 연정출현 가능성도
22일 실시된 태국총선거에서 사실상 반군부 민주세력이 압승했다.
23일 공개된 비공식 개표결과 청백사 잠롱 스리무앙 전 방콕시장이 이끄는 「진리(불법)의 힘」당을 비롯한 반군부전선 3당이 총 3백60석의 하원의석중 1백52석을 차지,집권견제세력으로서의 탄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물론 친군부계열의 태국국민당·사회행동당(SAP)·통일정의당(STP) 3당이 1백90석 이상을 차지,군부가 예상대로 승리를 거두기는 했다.
그러나 친군부정당들이 애초부터 엄청난 자금과 행정력을 두 날개로 달고 출발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깨끗한 선거」「돈안쓰는 선거」를 시종지켜낸 민주세력이 사실상 승리했다고 해도 지나친 얘기가 아니다.
금권선거의 대명사로 불려온 태국총선은 이번에도 매표와 선거폭력,청부살인 등이 열병처럼 번져있는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투표일인 22일 전날까지 선거와 관련된 살인사건이 12건이나 발생했으나 군부의 손아귀에 잡혀있는 경찰당국은 이를 수수방관했다.
당초 이번 선거는 군부의 입김이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작용했다는 점에서 과거 선거와는 구별된다.
지난해 2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사정부는 집권직후 국가평화유지위원회(NPC)를 세우고 국정전반을 장악했다.
NPC는 태국헌법을 폐지하고 군부의 구미에 맞는 임시헌법을 만들어 군부전횡의 길을 터놓는 일부터 시작했다.
NPC는 이번 총선에 대비,오래전부터 기업인·관료·지식인 등의 시민세력을 규합해 홍보매체로 활용하는 한편 사분오열된 기존의 정치세력을 뭉뚱그려 간판세력으로 삼는등 치밀한 사전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친군부연합전선에 맞선 민주세력도 결코 만만치는 않았다.
우선 잠롱 전 방콕시장이 일으킨 「깨끗한 선거,깨끗한 정치」선풍을 들 수 있다. 「미스터 클린」이라는 이미지로 부패와 오직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서민층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잠롱의 「진리의 힘」당은 방콕선거구 35개 가운데 32개를 휩쓰는 맹위를 떨쳤다.
진리의 힘당이 비록 농촌에서는 12석을 확보하는데 그쳤으나 반군부의 선봉에 선 차발리트 융차이유트 전 육군사령관이 이끄는 신희망당이 60석 이상을 획득,군부에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
여기에 최고전통의 민주당도 40석이상을 차지,반군부연합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과반수 육박」의 결과를 끌어냈다.
친군부세력이 과반수 이상을 확보한 이상 임시헌법 규정대로 순톤 콩솜풍 NPC의장이 자신의 의사대로 수친다 크라프라융군 총사령관을 총리로 임명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인물이 총리가 된다는 점에 태국국민들이 강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데다 과반수 가까이 의석을 차지한 민주세력의 반발도 거센 만큼 잠롱을 총리로 하는 군부우세의 연정이 출현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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