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에펠탑도 버즈 두바이도 엘리베이터는 오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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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월터 대표이사

지구촌에선 매일 10억 명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전세계 100대 초고층 빌딩 엘리베이터의 절반은 오티스 제품이다. 세계 최고층 건물인 두바이의 '버즈 두바이'는 물론 파리의 에펠탑,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도 오티스의 엘리베이터를 볼 수 있다. 1853년 안전장치가 부착된 현대적 의미의 엘리베이터를 세계 최초로 발명한 '엘리샤 그레이브즈 오티스'의 이름을 따 설립된 오티스는 현대인들이 도시를 이뤄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회사이다.

오티스는 한국에도 있다. 한국법인 오티스엘리베이터는 1968년 국내에 회사를 세운 이래 40년 가까이 한국 시장에서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만들어 팔고 있다. 지난해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 점유율은 40%, 약 9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에서 만든 엘리베이터는 50여개 국으로 수출한다. 파나마와 몇몇 동남아 지역에 '시그마'라는 브랜드로 수출하는 한국산 엘리베이터는 오티스를 제치고 엘리베이터 1위 브랜드가 됐다. 이 회사는 매출액의 40%를 수출에서 벌어들인다. 경남 창원 공장은 오티스 공장 중 세계 최대 규모다. 이 회사는 본사가 차린 오티스차이나와 별도로 중국 다롄에 공장을 지었다. 서울 본사에서 거느리고 있는 해외 현지법인도 12개나 된다.

한국 회사의 대표제품은 기계실이 필요 없을 정도로 부피를 줄인 엘리베이터 '젠투', 중저속 환경친화 엘리베이터 '아이리스'다. 또 전국 엘리베이터의 현황이 한 눈에 들어오는 상황실을 운영하고, 승객이 엘리베이터 안에 갇히는 사태를 방지하는 '원격 구출' 시스템 등도 구축했다.

브래들리 벅월터(43)대표이사 부사장은 "미국에서 수입하는 부품 없이 거의 모든 부품과 제품을 창원과 다롄 공장에서 조달한다"며 "한국법인에서 나온 이익은 창원의 중앙연구소에서 연구개발비 등으로 쓰이고 미국으로 돈을 송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점들을 들어 "오티스엘리베이터는 뿌리만 미국회사이지, 엄연한 한국의 중견기업"이라고 강조했다.

벅월터 대표는 1994년 오티스 한국지사의 재무담당자로 발을 디딘 뒤 14년째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80년대 한국에 선교사로 들어와 연세어학당에서 한국말을 배워 수준급의 한국말을 구사한다. 그는 "고향인 미국에 휴가차 가면 너무 심심하다. 앞으로도 계속 한국에서 지낼 계획"이라고 할 정도로 한국화된 미국인이다.

벅월터 대표는 오티스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안전'을 꼽았다. 지난해 전세계 오티스 현장에서 4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는데, 이중 두 건이 한국에서 발생했다. 작업자가 손에 밴드를 붙이고 다시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경미한 사고였지만, 오티스엘리베이터는 사고현장을 봉쇄하고 철저한 원인규명에 나섰다. 사고부터 원인까지 세세하게 기재한 보고서는 오티스 본사를 통해 전세계 200여 개 현지법인으로 보내졌다. 똑같은 안전사고의 발생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취지에서다. 오티스가 150여 년 동안 발생했던 엘리베이터 안전사고를 분석해 집대성한 안전기준을 엘리베이터 업계에서는 '안전 바이블'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엄격하고 까다로운 안전기준이라는 평이다. 벅월터 대표는 안전과 함께 투명한 윤리경영이 오티스엘리베이터에 대한 신뢰를 더해줬다고 자부했다.

벅월터 대표는 오티스엘리베이터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의 하나로 LG와 성공적인 합작을 꼽았다. 1999~2005년 LG와 합작관계를 유지하면서 LG의 문화와 오티스의 기술력을 조화롭게 합칠 수 있었고, 그 결과 한국에서의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단다.

그는 한국에서 점점 커가는 엘리베이터 보수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아무래도 새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시장은 건설경기와 맞물리다 보니 장기적인 예측이 어렵다. 미국.일본.홍콩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오래된 엘리베이터를 교체하는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벅월터 대표는 "설치부터 원격 관리까지 오티스의 피부로 다가서는 서비스에 한국의 까다로운 승객들이 만족하고 있다"며 "엘리베이터 보수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올해는 1조원 매출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심재우 기자<jwshim@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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