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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분쟁조정법 이해 얽혀 계속 산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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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빈발하는 의료사고를 효과적으로 해결키 위해 추진되고 있는 이른바 「의료사고 분쟁조정법」이 법안 관련자들의 이해에 매달려 의료소비자의 권익을 뒷전에 둔 채 졸속 처리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료사고 분쟁조정법은 지난해 연말 의원입법의 형태로 국회처리가 추진됐으나 무산된 이후 현재는 정부안으로 입법이 추진돼 법무부와 경제기획원의 심의만 남아있는 상태다.
지난해 6월과 8월 두 차례의 공청회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 여전히 문제가 제기되는 몇몇 쟁점을 점검해본다.
◇소송전치주의=모든 의료사고는 법원에 가기 전에 반드시 「의료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을 거치도록 하는 조항에 대해 법조계 일부에서 전처절차는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를 제약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사고 전문연구진들은 고도의 전문적·기술적 판정이 필요한 의료사고의 특성을 충분치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되는 오해라며 소송전치주의를 택함으로써 송사건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일부 이해집단의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법무부의 한 입법심의 담당자는 『법무부가 변호사들의 압력에 밀려 의료사고 분쟁조정법 심의를 미룬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국민의 입장에서 법안에 문제가 없는지, 다른 법과의 형평에 어긋나지 않는지를 신중히 고려하다 보니 다소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조정단심제=의료사고 연구학자들은 『의료사고 역시 판정이 잘못될 가능성이 있고 같은 의료사고라도 지역마다 판정에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이를 통괄적으로 조정하고 재심사 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며 『선진국의 대부분이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양심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법안작성에 깊숙이 관여했던 한 교수는 『양심제가 이상적임에도 불구, 법조계 등의 반발로 단번제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의사신분불보장=현재 추진되고 있는 입법안은 의사의 과오가 분명할지라도 조정절차가 끝날 때까지는 형사소추를 정지토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설령 의사의 과오에 의한 의료사고라도 생명을 구하려고 시도한 행위의 결과라는 점을 감안, 형사입건은 제한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사망·중과실 등을 제외한 경미한 사고에 대해서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형사소추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제」가 타당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난동방지=역시 의료계의 강한 불만을 사고 있는 대목으로 상당수의 의사들이 의료기관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고환자가족에 대해서는 가중 처벌해줄 것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법조계 등은 현행법만으로도 법원 등에서 난동을 부릴 경우 처벌은 충분하다며 의료기관에서의 난동이라고 해서 가중 처벌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인권침해라고 반박하고 있다. 현재 상당수의 의사들은 난동방지·신분불보장 등의 이유를 들어 입법을 백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펴고있다. <김창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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