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빨간 동백, 노란 민들레 … 색깔이 활짝 피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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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꽃이 핀다
백지혜 지음, 보림
28쪽, 8800원, 유아

"이건 빨간색이야." vs "활짝 핀 동백꽃 보이지? 이게 빨간색이야." 색감을 인지할 수 있는 연령의 아이에게 말했다. 어떤 설명이 더 이해하기 쉬웠을까. 향기로운 찔레꽃의 하양, 풀숲에 숨은 달개비의 파랑, 봄바람에 나부끼는 어린 버들잎의 연두, 단단하게 여문 밤의 갈색…. 산과 들에서 자라는 꽃과 열매의 고운 빛깔들을 보여주면서 알려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오랜 세월 동안 생활 속에서 발전해온 각 나라의 색채의식은 판이하게 다르다. 그 나라 사람의 정서에 맞는 색은 따로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통 채색화 작가 백지혜는 꽃과 열매에 담긴 자연의 색감과 예로부터 내려오는 우리 고유의 색감을 재현하기 위해 인공물감 대신 자연원석을 정제해 그림을 그렸다.

빨강 물감 연지는 잇꽃, 노랑 물감 등황은 해등나무의 나뭇진에서 얻었다. 파랑 물감은 쪽풀로, 갈색 물감은 흙을 곱게 갈아 만들었다. 흰색 물감은 조개껍데기를 곱게 빻아 구했고 검은 물감을 그을음을 모아 표현했다. 이렇게 탄생한 13가지 그림은 그 자체가 꽃이고 열매다. 작가는 또 "조상들은 세상을 이루는 기본 색상을 빨강, 파랑.노랑.검정.하양 다섯가지라고 한정했다"며 전통적 오방색(오정색)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동백꽃의 빨강은 생명을 낳고 지키는 힘을, 민들레의 노랑은 땅, 비옥함, 풍요로움을 가졌다. 달개비꽃의 파랑은 봄의 신선한 기운, 생기를 뜻하고 찔레꽃의 하양은 신성함, 깨끗함을 상징한다. 송악의 검정은 만물의 변화를 준비하는 색으로 봄에 그 아름다움이 더 빛난다고 말한다.

자연에서 얻은 색에 고유한 의미를 붙여서일까. 꽃과 풀의 은은한 향기가 풍겨오는 듯한 그림책이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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