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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소유'의 역사 대해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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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소유는 춤춘다
홍기빈 지음, 김인하 그림
책세상, 172쪽, 1만1000원

"'내 것, 내 여자, 내 새끼들'이라는 게 없다면 싸울 일이 없지 않겠는가."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했다. 내 집, 내 땅 대신 모두의 집, 공동의 땅이 생기고 나아가 처자식까지도 공유한다면 동지애와 우정으로 뭉친 세상이 가능하리라는 희망이다. 그가 저작'국가'에서 그렸던 '모든 것을 공유하는 완벽한 사회'다.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콧방귀를 뀌었다. 실현 불가능할 뿐더러 가정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20세기엔 공산국가를 향한 이상이 거대한 실험으로 끝났다. 우리가 사는 21세기엔 사적 소유가 정의로 인정받는다. 그런데도 사유를 '만악의 근원'으로 규탄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저자는 이 점에 집중했다. '소유' 문제를 공유 대 사유 논란으로 단정하지 말자고 했다. 소유를 둘러싼 이분법과 공방이 한국전쟁 등 인류사 비극의 단초라는 주장이다. 책은 소모적인 논쟁 대신 시대 배경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달라졌던 소유의 개념과 범위에 눈을 돌리자고 설득한다.

소설 '베니스의 상인'을 예로 들었다. 책을 쓴 셰익스피어는 절대적 사유 개념이 등장했던 16세기 영국에 살았다. 베니스는 유럽 무역의 중심지였다. 산 사람의 가슴살을 요구하는 재판이 성립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책에서 재판부는 사유를 인정하되, 가슴살을 사람의 목숨으로 치환해 답을 찾는다. 이 부분은 소유 공식으로 정리된다. 소유자와 소유 대상.타인이 그들의 관계를 인정.허용하는 사회적 배경 아래 있을 때 비로소 '소유'가 성립된다는 것. 따라서 신성 불가침한 권리로 통용되는 사유가 실은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지적재산권 등 근래 들어 강조되는 권리에 대한 생각도 보여준다. "2진법을 처음 쓰기 시작한 수학자 라이프니츠의 후손들이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 사용료를 요구하기 시작한다면?" 선대의 학문적 성취를 토대로 이룬 새 지식에 자물쇠를 채워두는 게 옳은가 등 도발적 질문을 던진다.

직설화법과 종종 등장하는 극단적인 비유가 아쉽지만, 수천년 인류사를 '소유'로 갈무리해 낸 눈썰미가 돋보인다.

박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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