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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정치인 부정부패 만연… 국민들 “눈살”(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무허개발 묵인 거액수뢰등 각종 이권개입/총선앞두고 「실탄」조달에 탈법도 예사
스페인 정치인들의 부정부패가 만연하면서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최근 높아지고 있다.
스페인 신문들은 연일 집권사회노동당과 제1야당인 국민당 등의 정치인들이 개입된 부정사건을 크게 보도하고 있다. 특히 국민 대부분이 가톨릭교도인 스페인에서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엔리크 타란콘 추기경도 최근 『부패가 과거 프랑코정권 시절보다 심해졌다』고 공개적으로 개탄했다.
스페인 신문들의 보도에 따르면 거의 모든 정당들이 부정에 개입하고 있다.
우선 집권정당인 사회민주당이 지난 89년에 실시한 총선때 대기업들로부터 불법적인 자금지원을 받은 사건이 스페인 최고법원에 계류되어 있다. 사회민주당의 부당수이자 전부총리였던 사람의 동생이 정부기관 건물에 사무실을 쓰면서 관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돈을 벌었다는 혐의도 법원당국에 의해 조사가 진행중이다.
제1야당인 국민당은 전당료들이 부동산업자들의 지역개발사업을 방해하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받았다가 재판을 받고 있으며 그밖에 소수민족 정당들도 도박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처럼 스페인에서 부정부패가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로 일부에서는 과거 프랑코 총통치하의 독재시절과 달리 지금의 스페인은 개방적인 사회이고 부정사건을 파헤치는 수사기관들의 독립성이 유지되고 있어 부정사건이 쉽게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코 총통이 죽은 직후 들어선 민주우익당 정권시절,즉 지난 75∼82년 기간보다 오히려 근래 드러난 부정사건이 훨씬 많다는 점을 볼때 이러한 부정부패 만연현상은 단순히 사회가 개방적이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반박도 있다.
민주화이후 정치인들로 하여금 부정부패를 저지르도록 하는 유인과 조건이 더 많아졌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우선 민주화이후 스페인에서는 정치하는데 많은 돈이 필요하게 된 점이 지적되고 있다. 각 정당들은 4년마다 총선과 각급 지방선거를 최소한 일곱차례는 치러야 한다.
현재의 스페인 선거법은 정당들의 정치자금을 기부금만으로 충당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스페인 국민들이 각 정당에 내는 기부금은 아주 적은 금액에 그치고 있어 정당들로선 선거를 치르기 위한 자금마련을 위한 부정한 방법이라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또 최근 몇년동안 유럽공동체(EC)국가들중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는 스페인의 경제상황도 정치인들의 부패를 조장하는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스페인은 현 사회노동당이 집권한 이후 지난 83년부터 90년까지 평균 3.6%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75∼82년 사이의 1.5%성장률과 비교해도 최근 스페인경제는 대단히 호황국면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호황국면은 주로 EC의 개발투자와 스페인 정부자체의 개발투자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각종 정부발주 공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최근 정치인들의 부패가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것에 대해 현 펠리페 곤살레스 정부는 이처럼 부패사건이 공개화되는 것은 사회가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변하고 있다.
과거는 언론이나 사법부,정부관리들이 독재정권하의 공포에 짓눌려 부패를 방치할 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곤살레스 총리의 주장이다.
스페인 사법부의 최고법관들은 의회가 임명한다. 내각책임제의 스페인에서 집권당이 의회의 과반수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곤살레스 총리의 이같은 주장은 신빙성이 적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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