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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업계 불황한파에 3월 “몸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원·부자재대금등 자금수요 몰려 경영압박/경기부진 겹쳐 논노등 부도위기
지난 1월 신한인터내쇼날이 문을 닫은데 이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성의류업체인 (주)논노가 의류업계에 불어닥친 불황한파로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다.
논노는 지난 겨울의 이상난동에 따른 판매부진에다 무리한 부동산투자와 사업확장으로 심한 자금난에 부닥쳐 금융계의 긴급 자금지원(지난 4일 이후 일시대 1백4억원)에 매달려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나가고 있다.
논노는 그러나 더이상의 자금조달이 어려워 곧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류업계에서는 매년 3월이 추동상품 생산에 따른 원·부자재대금과 임가공업체에 대한 지불어음이 집중되는 달이어서 논노이외에도 앞으로 몇몇 업체가 심한 경영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른바 「3월위기설」이다.
의류업계가 이처럼 불황을 겪고 있는 것은 과거 2∼3년간 매년 20∼30%씩 성장하던 내수시장 규모가 지난해 과소비억제분위기와 경기부진이 겹쳐 10%성장에 그쳤고 수출업체들이 수출부진에 따라 내수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겨울의 이상난동으로 겨울옷의 재고가 예년보다 10%나 많은 30%가량 남아있으며 예년보다 빠른 1월말부터 시장에 내놓은 봄의류도 판매가 부진한 실정이다.
의류는 보통 대리점 등에서 정상가격으로 팔리다가 재고가 나면 세일시장에 내놓게 되는데 정상가격판매 비율이 지난 89년에 50∼60%였으나 90년 45∼50%,91년에는 30∼35%로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섬유수출은 직물류의 수출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5.5% 늘어났으나 의류등 섬유제품의 수출은 4.8% 감소했다.
논노는 지난 71년 유승열 회장이 설립,여성정장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굳혔으나 건설업과 부동산업 등에 손을 대는등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자금압박이 심해졌다.
논노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설악파크호텔과 서울 명동의 플라자건물,서초동 사옥,방배동 새사옥부지,경기도 광주군 물류센터부지등 3천억원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논노는 은행·단자·보험등에 3천2백억원의 빚(대출 및 지급보증)을 지고 있으며 전국에 직영매장 및 대리점만 1천6백여개에 이른다.
이밖에 영세 하청업체가 1천여개에 달해 부도가 날경우 관련업계에 적지않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금융기관의 일시적인 자금지원이 논노의 부도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한 정액적인 배려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의류업계의 불황이 심각하기는 하지만 국내 산업이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을 겪고 있어 논노의 부도위기를 의류업계 전체의 문제로 확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국내 의류시장규모는 7조원에 이르고 올해도 10%의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다. 지난 1∼2월중의 섬유제품수출은 전년동기보다 7.7% 늘어났다. 경쟁력을 갖춘 업체는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는 여건이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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